76 균형의 아름다움

76 균형의 아름다움

 

미학은 자연과 예술, 인간의 아름다움의 본질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균형입니다. 암을 연구하는 의학자들의 말을 들으면 우리 몸의 정상 세포는 균형을 이룬 아름다운 모습을 띠고 있는 반면에 암 세포와 같은 것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어 균형을 잃고 있다고 합니다. 통계의 분포에서도 정규분포가 안정감을 줍니다. 우리 몸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인 음식도 너무 지나치게 섭취하면 비만 등 각종 위험을 유발하게 됩니다. 세상 만사가 같은 이치입니다. 그래서 중용이 가장 뛰어난 도라고 합니다.

 

미래에셋투자연구소의 강창희 소장님은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분입니다. 제 책의 추천사를 써 주시기도 했는데, 이 분은 펀드투자의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강조하셨습니다. 장수가 위험인 시대에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를 펀드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셔서 결국 미래에셋이 펀드로 일가를 이루는데 일조하신 분입니다. 재작년 제가 강의를 들을 때 1000번째라고 하셨으니 지금쯤은 아마 1200번 정도는 강의를 하셨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이 분 강의 원칙은 중학교학력의 평범한 아줌마가 알아 들을 수 있게 한다는 것입니다. 발신능력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균형의 반대 현상은 쏠림입니다. 작년 12월에 금리시장이 요동을 친 적이 있습니다. 국고채 금리가 6%를 넘기는 등 금리상승이 경제에 짐이 될 조짐을 보였습니다. 당시 지나친 펀드투자로 인해 은행예금이 빠져나와 펀드시장으로 급격하게 이동하였습니다. 2007년초 50조이던 주식형 펀드규모다 연말에는 100조원이 넘을 정도로 증가하면서 은행은 자금부족현상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 쏠림을 강창희 소장님도 예상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최근 중국 증권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중국관련 펀드규모가 2007년 7월에 8조 6000억원 수준이더니 지난주 수요일 기준으로 21조 70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은 펀드에서 촉발되는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를 염려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리스크란 개별 기업이나 개별 산업부문이 아니라 국가경제 또는 세계경제 전체에 쏠림현상으로 나타나는 리스크를 말합니다. 사실 작년에 묻지마 펀드열풍, 중국주식펀드 열풍이 일어났을 때 쏠림으로 인한 부작용을 염려했어야 했습니다.

 

특정지역이나 특정 부문의 펀드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국가 전체로 보아 건강하지 못합니다. 과한 곳에는 항상 일상적인 정도에서 나타나지 않는 모럴 헤저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한 곳에서 갑의 입장에 있는 사람은 이를 일종의 권력 (힘)으로 오인하고 이를 남용하는 오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돈과 명예와 권력을 함께 추구하는 것도 일종의 쏠림현상으로 우려됩니다. 이는 구성원 모두가 자각하여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회가 됩니다. 리스크 매니저는 균형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학자가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