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 매뉴얼
38 오슬로 매뉴얼
유럽여행을 해 보면 어느 도시, 어느 전원지역을 가든지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펜션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팬션이 잘못 인식되어 그룹 위주로 찾아가는 곳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유럽에서는 주로 가족단위나 부부단위로 적정한 가격에 숙박과 아침을 먹을 수 있는 B&B (Bed and Breakfast) 시설입니다. 2002년 여름 노르웨이 여행길에 오슬로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코펜하겐에서 배를 타고 건너간 첫날은 호텔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다음날 아침 시의 관광센터에서 B&B를 구해서 저렴하게 몇 일을 더 오슬로에 머물렀습니다 (늦게 가면 이미 값싸고 좋은 곳은 매진이 되어 버립니다). B&B는 호텔의 1/3이나 1/2 수준이면 묵을 수 있습니다. 더구나 가정집에서 머무르며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여러 도시를 다녀 받지만, 오슬로에서 B&B를 부킹하고 찾아가는 등의 매뉴얼이 가장 잘 되어 있어 손쉽게 해결할 수가 있었습니다.
1992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서 세계에서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기로 이름난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가이드 라인인 ‘오슬로 매뉴얼’을 발표했습니다. 이 매뉴얼에는 매뉴얼의 목적, 혁신성 측정방법, 혁신활동 정의, 조사절차 등 7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는 노르웨이, 독일, 영국 등 유럽 13개국에서 실시돼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노비즈 정책협의회에서 오슬로 매뉴얼의 한국판을 내놓았습니다.
최근 들어 생산현장을 넘어 기업운영의 총체적인 노하우를 집대성한 매뉴얼로 일류 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삼성은 2001년부터 매뉴얼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며 LG전자는 작년 레비논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 서방 주요 기업보다도 빨리 이틀 만에 주재원 가족 전원을 무사히 탈출시켰는데, 이는 국외 근무자 신변 안전 매뉴얼 덕분이라고 합니다. 다국적기업 가운데 매뉴얼을 지나치리만큼 상세하게 운영하고 있는 곳이 맥도널드인데, 무료 매뉴얼만 5만개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매뉴얼을 너무 충실하게 지키므로 융통성이 부족한 단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만, 이는 매뉴얼의 정신 (즉, 컨텍스트)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적용자의 잘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