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두 사람
내 안의 두 사람
심리학에서는 나의 인식 안에 또 다른 내가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나 혼자 중얼거릴 때, 나는 또 다른 나에게 말을 건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세상일이란 두 가지 이상의 측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의사결정에 있어서 늘 내 안의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쪽으로 가고 싶어 한다. 프르스트의 시 가지 않는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나간 삶을 돌아 볼 때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회한이 늘 있기 마련이다.
CEO는 고독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의사결정의 최종 결재자로서 항상 그의 마음 속에는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100억을 투자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 그로 인한 회사의 수익과 기대 밖의 상황이 발생하여 손실을 입을 가능성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CEO의 마음 속에 이 딜을 하고자하는 CIO (Chief Investment Officer)의 역할과 그 안에 내재된 위험을 경고하는 CRO(Chief Risk Officer)의 역할이 공존하고 있다.
회사의 규모가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 CEO 일인이 모든 일을 관장 할 수 있다. 비즈니스의 규모와 처리해야 할 직무의 규모가 커지면서 혼자 감당 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되면, CMO (Chief Marketing Officer), COO (Chief Operating Officer)을 두어 직무와 권한을 이양하게 된다. 금융기관과 같이 리스크를 수익모델로 하고 있는 조직의 경우 CRO를 다음 순서로 두게 된다. 즉, CEO 마음 속에 있던 두 가지 기능을 밖으로 들어내어 별도의 직무 담당자를 두어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리스크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최고경영진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리스크 매니저가 필요하다. 2007년 4월 공표된 금감원의 증권사 리스크관리 최소기준에서는 I등급 증권사 (회사의 자본규모, 자산규모, 장외파생겸영여부기준)의 경우, 반드시 CRO를 임명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발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같이 규칙에 의해 CRO의 등급을 정하고 있지 않은 조직에서는 내부적으로 리스크관리에 대한 중요도에 따라 CRO의 직급을 정할 수 있다. CRO란 하나의 독립된 직무이며, 과장급, 부장급, 이사급, 상무급, 전무급, 부사장급의 차별적인 직급을 가진 CRO를 임명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비금융기업과 비영리 조직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는 CRO라는 직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007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국가CRO (Country Chief Risk Officer, CCRO)의 임명을 권하고 있으나 아직 전세계적으로 CCRO 체계를 갖추고 있는 곳은 없다. 그러나, 선진국과는 달리 개발도상국의 급속한 변화 특성 상, 국가전체의 리스크관리체계를 관장하는 리스크를 감안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시행착오와 리스크 손실을 줄이지 않고서는 결코 선진사회의 효율성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