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맨 2008. 3. 24. 13:34

50 왈츠

 

제가 독일에 오랫동안 사는 동안 늘 소외감을 느꼈던 것이 왈츠를 못추는 것이였어요. 서양사람들 큰 모임에서는 늘 왈츠시간이 있는데, 배운 적도 본적도 없으니 끼여 들 수가 없어서 늘 맥주만 홀짝홀짝 마셨습니다. 세월이 좋아져서 우리나라에서도 Ball room dance가 일상화되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아내 성화에 못 이겨 스포츠센터에서 왈츠코스를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사교댄스를 배우는 시도는 10년 전에도 한번 한 적이 있었는데, 음악을 전공한 아내의 박자감각을 따라갈 수 없어서 흐지부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배움이 다 그러하듯이 쉽지 않습니다. 음악과 몸과 생각이 동시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댄스는 훈련이 필요하더군요. 지식노동자로 늘 생각을 해야 행동에 옮겨지는 습관이 몸에 베여 그냥 따라해야 하는 춤동작이 만만치 않습니다. 더구나 현재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단계별로 나타나는 장애를 넘기가 어려워 포기하게 됩니다.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나이 들어서 취미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배우기를 힘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떤 기관장은 퇴임식에서 색소폰을 연주하여 갈채를 받았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노년관련 싸이트에서 이런 메일을 받았습니다. 제목은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입니다. 좀 길지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그저 고통 없이 죽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덧없고 희망이 없는 삶... 그런 삶을 무려 30년이나 살았습니다.  30년의 시간은 지금 내 나이 95세로 보면 3분의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 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나 스스로가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 나는 지금 95살이지만 정신이 또렷합니다. 앞으로 10, 20년을 더 살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하게 될 105번째 생일 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연구소장님은 장수할 리스크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이건 비단 재무적인 리스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선에서 물러난 후의 제2의 삶의 설계에 대한 이슈입니다. 독일의 대학들이 젊은이뿐만 아니라 나이든 시니어 코스를 개설하여 적극적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독일대학은 학비가 없으므로 돈이 없어서 대학을 다니지 못하는 시니어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평생교육원이 있지만, 대학들이 수익사업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학비도 비싸서 시니어들의 교육서비스 대안이 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찾아 본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배움의 기회가 있습니다. 배움이 반드시 직업의 준비가 아니라 배움 자체가 여가선용이 되는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면 더 좋겠지요. 그러나 결국 개인이 해결해야 할 이슈이므로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학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할 것입니다. 화창한 주말에 배움의 의욕을 한번 불태워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