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서종
토요일 아침에 서종면에 다녀 왔습니다. 텃밭에서 상추와 치거리 등 쌈을 뜯고 밭에 풀도 뽑았습니다. 흙은 만지는 농사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에너지를 줍니다. 밤나무는 이제 막 꽃 봉우리를 맺고 있습니다. 밤나무 꽃은 길쭉하게 생겼는데 어떻게 그런 동그란 밤송이가 열리는지 신기합니다. 밤나무 그늘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앉아 있으면 도시의 근심이 다 씻겨 내려갑니다.
도시는 편리한 생활여건을 제공해 줍니다. 모여서 사는 인간의 특성으로는 도시는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화가 너무 심화되다 보니 오히려 사람의 편리함을 위해 출발한 시설이 오히려 사람을 압도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도시의 한 부속품이 되버린 느낌입니다.
서종 체육공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들렀습니다. 벤치에 앉아 아침에 집에서 싸가지고 간 커피를 꺼내 마시면서 축구장의 넓은 잔디밭과 숲이 우거지 공원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아 졌습니다.
인도의 한 성인이 말했습니다. '많은 재물과 타인의 인정이 나의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당신이 이미 행복하다면, 그런 물질과 평판은 필요없다.' 우리가 행복해지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행복을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느낌에 충실하지 않고 더 많이 모으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행복해 지지 못합니다.
제가 13년전 서종면에 처음 이사갈 때는, 지금 우리 집터는 면사무소와 가까운 중심부임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곳이였습니다. 그러나 이젠 차라리 번화가라 할 만큼 많은 집들이 들어섰습니다. 그래서 이젠 초등,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없어서 굳이 면소재지 중심에 살 필요가 없어 졌습니다.
이런 제 생각을 알고는 부동산 중개를 하는 친구가 오늘 한 땅을 보여 주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15분 정도 차를 타고 더 산속으로 들어가는 곳입니다. 큰 개울이 흐르는 바로 옆이고 동네이긴 하지만 가장자리라 조용한 전원마을이였습니다. 많은 물이 흐르는 시내를 직접 끼고 있는 땅이라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운치가 있습니다.
저녁에 여의도 사무실에 들러서 감독기관의 검사를 준비하는 직원들을 찾아 보고 다시 서래마을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산속과 도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이 두 곳의 차이를 느끼며 내가 진정 행복을 찾을 곳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더 나이 들기 전에 자연으로 돌아가 살아야 겠습니다. 조화로운 삶의 스코트 니어링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