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파생상품이 먹는 거여 입는 거여?!
22 파생상품이 먹는 거여 입는 거여?!
제 아내는 성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뱅커인 남편과 살면서도 금융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언젠가 우리 부서의 직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아내에게 직원들을 한 사람씩 소개해 주었습니다. 선물/옵션에 대한 책의 저자인 한 직원을 소개하면서 이 사람이 선물에 대한 책을 썼다고 했더니, 무슨 선물 (present)에 대해 책을 썼냐고 되물었습니다. 이 때 선물은 futures라는 의미의 파생상품입니다. 선물은 ‘어떤 상품을 미래 일정시점에 사고 판다는 계약’입니다.
세상 살면서 당황하는 일이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 사실과 자신의 이해관계가 무관하지 않을 때 입니다. 국내 예금금리가 낮아져서 이자로 생활비를 충당하던 노년층이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니 유사금융상품에 사기를 당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은행에서 ELD라는 예금상품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ELD는 주가연계예금 (Equity Linked Deposit)이라는 주식파생+예금인 상품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미 파생상품과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스크관리의 수단으로 헷지를 해야 하는데, 이 때 파생상품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됩니다. 이래 저래 파생상품에 대해 이해를 하고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CRO레터에서 파생상품에 대해서도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강원도에서 무우나 배추를 재배해서 팔았던 적이 있습니다. 200평 크기의 밭에 배추를 심어서 김장철인 11월에 서울로 내다 파는 것인데, 농부들은 서울에 직접 갈 수가 없으니 중간상인들이 산지에서 사서 서울로 가져갑니다. 그런데 이 중간상인들은 수확기 이전인 8월쯤에 배추밭을 통째로 삽니다. 이런 것을 밭 뙤기라고 합니다. 수확기까지 배추를 키워주는 조건으로 200평 밭의 배추를 200만원에 사버립니다. 11월에 출하될 배추를 8월에 거래하고 대금을 지불했습니다. 이것이 파생상품의 일종인 선도거래라는 것입니다. 선물거래의 사촌쯤 되는 겁니다.
이처럼 파생상품이란 상품자체를 근간 (이를 기초자산이라고 함)으로 이로부터 파생된 계약을 사고 판다고 해서 파생이라는 말을 씀니다. 위의 배추 매매에서 11월 출하 시에 배추값이 정작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추를 밭 뙤기로 팔아버린 우리 아버님은 이미 8월에 선도거래를 마쳤으므로 11월의 배추값과 무관합니다. 만약 11월의 배추값이 내렸다면 아버지는 이 선도거래로 이익을 보셨고 상인은 손해를 보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는 상인이 이익을 보게 됩니다. 아버지 입장에서는 8월에 자신의 원가와 이익을 계산해서 배추가격을 확정해서 11월의 가격변동 리스크를 헷지한 셈입니다. 상인은 8월의 배추값과 11월의 배추값 차이에 대해 투자를 한 셈입니다. 물론 상인은 시골농부인 아버지보다 더 많은 정보를 통해 자신의 투자여부를 결정합니다. 그 중간 역할을 선도거래라는 파생상품이 했습니다.
파생상품에는 선도거래, 선물거래, 옵션거래, 스왑거래 등의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초자산 (대상상품)으로는 금, 곡물, 원자재 등 상품, KOSPI 200주가지수, 개별주가, 금리, 환율, 신용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날씨, 탄소배출권 등과 같은 새로운 기초자산이 출현하기도 합니다. 파생상품형태와 기초자산을 배합하면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파생상품이 만들어 집니다.
금+선물은 금선물 파생상품, 삼성전자주가+옵션은 삼성전자ELW라는 파생상품, 신용+옵션은 신용파생상품 등 수도 없는 조합을 만들게 됩니다. 앞으로 탄소배출권과 같은 것도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으로 거래가 활성될 것입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이런 파생상품의 기본상품인 파생상품의 원리에 대해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