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맨 2008. 11. 10. 08:56

금융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현재 상황은 모든 경제참여자들에게 유동성 리스크가 얼마나 중요한 지 새삼 느끼게 하는 시기입니다. 재무리스크를 말 할 때,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 금리리스크, 유동성 리스크를 포함합니다. 그런데, 다른 재무리스크에 비해 유동성 리스크는 발생 빈도가 극히 낮습니다. 유동성 리스크가 실제 발생하게 되면 대체로 파산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침체상황에 있어서 유동성 리스크는 가장 심각하므로 생존을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과제입니다.

 

최근에 C&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맞아 결국 워크 아웃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 그룹은 그간 왕성한 M&A를 통하여 중견그룹으로 급속히 성장했지만, 부채로 시작한 확장전략이 궁지에 몰리는 부메랑이 되어 버렸습니다. 최우량 기업들도 M&A을 멈추고 유동성 관리에 들어 간다는 말이 들립니다. 침체기에 유동성 관리는 재무리스크관리의 핵심입니다.

 

어디 기업 뿐 이겠습니까.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 입니다. 은퇴생활자 홍길동씨는 강남에 15억원 가량 홋가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 사실 남부럽지 않았습니다. 이 아파트가 든든한 노후대책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부동산 가격이 상투에 이르렀던 2007년에 강남아파트를 담보로 3억원을 빌려, 가지고 있던 현금유동성 2억원을 합해, 용인지역에 5억원짜리 아파트를 분양 받았습니다. 2억원의 현금이면 충분한 유동성이였는데, 용인 아파트를 사는 바람에 오히려 3억원의 부채를 지게 되었습니다.

 

요즘 상황은 어떻습니까. 강남과 용인 아파트의 가격은 하락하고, 은행의 금리는 올랐습니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순자산을 염려해 용인아파트를 팔려고 해도 유동성이 없습니다. 날마다 잠을 설칠 지경이 되었습니다. 실물자산의 가격하락, 금리 리스크가 유동성 리스크를 몰고 왔습니다. 이처럼 유동성 리스크는 항상 마지막에 찾아와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게 됩니다.

 

유동성 리스크는 간단한 갭 한도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유동성이 높은 순서로 자산 부채를 정리하고 대략 1개월 이내, 3개월이내, 6개월이내, 1년이내, 1년이상 등으로 기간을 정해 봅니다. 그리고 각 기간별로 자산과 부채를 합해서 해당 기간의 유동성을 계산합니다. 예를 들면, 1개월 이내 자산이 2000만원이고 부채가 1000만원이라면, 이 기간의 유동성은 + 1000만원이 됩니다.

 

각 기간의 유동성 갭을 구하고 자신의 리스크 성향과 시장의 상황에 맞추어 적당한 갭 한도를 미리 정합니다. 그리고 각 기간 및 누적 갭이 이 한도를 넘지 않도록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실물경기가 나쁠 수록 유동성 갭 한도를 타이트하게 정해서 관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중년이후 가계의 유동성 리스크가 특히 나쁜 것은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자산은 유동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고, 요즘과 같은 침체기에는 유동성이 매우 낮은 자산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