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리스크관리/기업리스크

이코노믹 리뷰 인터뷰 기사

리스크맨 2009. 4. 14. 22:11

지난 주에 이코노믹 리뷰라는 잡지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은 아래 기사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망스러운 것은 몇 가지 오류와 인터뷰 내용을 제대로 편집하지 못한 것입니다. 잡지사라는 곳이 워낙 많은 기사를 편집 마감에 몰리면서 작성해야 하는 곳이긴 합니다. 그래도 기사를 게제하기 전에 저와 내용에 대해 리뷰를 받도록 했는데, 그 약속도 이루어 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 의도는 제대로 반영도 되지 못하고, 또 오차도 몇 개가 발견되었습니다. 다음부터는 꼭 다짐을 받고 인터뷰에 응해야 하겠습니다.

 

무단 복제를 금하는 잡지사 경고가 있으니, 이 글은 퍼다 나르지는 마세요!

 

http://er.asiae.co.kr/erview.htm?idxno=2009041011531017270&sc1=ceo&sc2=interview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것인데, 오히려 읽는 사람에게 불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는지 걱정이 됩니다. 다음은 잡지에 게제된 인터뷰 내용과 제가 원래 의도했던 내용입니다.

 

김중구 리스크관리 전문가

“CEO가 CRO (Chief Risk Officer) 무시하는데 위기관리는 무슨 위기관리…”

2009년 04월 13일 17시 59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상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던 국내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악화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리스크 관리 전문가인 김중구 유니타스 부회장이 진단하는 시중은행 위기관리 시스템의 허와 실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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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제가 '위험관리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를 출간한 것을 계기로 이루어 졌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잡지사의 편집국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되었습니다. 한 시간이면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실제 기자는 녹음까지 하면서, 메모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기사 결과는 너무 압축이 많이 되어서 실망스럽네요. 각 항목에 원래 제가 의도했던 내용을 보충했습니다.


JP모건은 매일 한 장짜리 ‘리스크 보고서’를
최고경영자에게 제출합니다.
이서류가 바로 ‘4시 15분 리스크 보고서 입니다.



Q. 요즘 ‘행복론’을 주제로 한 책을 집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리스크 전문가가 보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행복은 리스크(Risk)를 최대한 줄인 상태입니다. 사람들은 걱정을 달고 사는데 숱한 걱정과 고민의 도화선이 바로 불확실성, 리스크입니다. ‘리스크’를 우리 삶에서 지워버릴 방법은 없는지 늘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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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 3월학기에 서울디지털대학에서 '행복과 리스크'라는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강의 내용을 가을에 책으로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위험사회인 우리나라에서 행복이라는 이슈를 재조명해 보자고 하는 시도가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입니다.

Q. 리스크 전문가다운 말씀이네요. 강원도 영월의 고택 ‘조견당’은 왜 다녀오셨습니까.
1872년 건조된 이 저택 주인의 후손들이 지난해 ‘연못’을 복원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땅을 파고 양수기로 물을 채워놓아도 개구리들이 알을 낳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물길이 트여 있지 않은데 알을 낳았다 못이 말라버리면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 후손(올챙이)을 염려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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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책에 강원도 영월의 고택, 조견당을 방문할 때 느꼈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조견당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연못을 다시 파고 있었습니다. 인공연못을 만들고 물을 넣었습니다. 5월에 개구리가 산란을 해야 하는 때에 아직 개구리들이 알 낳기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마을 어른의 말씀이 개구리들이 이제 막 조성된 연못의 물이 영구적으로 고여 있을 지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칫하면, 후손의 씨를 말릴 수도 있는 위험을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퇴직금을 유사수신 업체에 맡겨서 몽땅 털리는 어리석은 사람보다도 개구리가 위험관리를 더 잘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Q. 한보그룹에 거액을 대출해 준 국내 은행들은 개구리들의 리스크 관리 수준에도 못 미쳤던 셈이군요.
대출 자격을 갖춘 대한민국의 대기업은 당시 3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1998년 기준입니다. (제가 근무한) ‘코메르츠방크’의 신용평가 기준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하지만 한보, 진도, 기아, 대우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은행에서 빌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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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은 좀 앞서간 느낌이 듭니다. 개구리와 한보대출 연관은 좀 비약입니다. 제가 코메르쯔은행에 있을 때, 코메르쯔은행 기준으로 대출을 할 만한 신용도를 가진 한국기업은 삼성, 현대 등 3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Q. 외환은행은 당시 대우그룹을 관리하던 남대문지점이 은행 내 출세 코스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우그룹의 주채권은행이 외환은행이었으며, 은행 내에서 그룹을 담당하는 지점이 바로 남대문이었어요. 이 지점장 자리는 은행 내 출세 코스였습니다. 대마불사가 상식처럼 통하던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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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의 영업점 평가기준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습니다. 신용원가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던 평가제도가 적용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신용등급이 좋은 기업과 신용등급이 나쁜 기업 수익을 신용원가를 감안해서 했더라면, 대우를 주거래로 하던 남대문 지점 지점장이 항상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겁니다.

Q. 국내은행들도 리스크관리 역량이 ‘일취월장’했습니다.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습니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맥킨지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의뢰했습니다. 바로 ‘ERM(Enterprise Risk Management)’시스템입니다. 동남아시아에 노하우를 수출할 정도로 은행들의 위기관리 역량은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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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직후 맥킨지 컨설팅을 받아 금융기관에 권고한 Best Practice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 리스크관리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국내 은행들은 위험관리 체계를 만들고 운영해 왔습니다. 그 결과 동남아에 노하우를 수출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Q. 하지만 작년 말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는 이러한 평가를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다시 흔들리고 있지 않습니까.
하드웨어를 아무리 잘 갖춰도 그 신호를 보고 판단을 하는 것은 사람입니다.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도 ‘CRO(최고위험관리자, Chief Risk Officer)’가 있었지만, 경영진은 그의 경고를 묵살했습니다.

Q. 미국발 금융위기는 예측불허의 자연재해와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 누구도 화산이 터지는 시기를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선전한 금융기관들도 적지 않습니다. JP모건이 대표적인 실례입니다.

Q. 뭐가 다른가요.
JP모건은 매일 한 장짜리 ‘리스크 보고서’를 최고경영자에게 제출합니다. 일과가 끝난 즉시 한 페이지의 리스크 보고서로 작성해 CEO에게 제출하는 보고 체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가 바로 ‘4시 15분 리스크 보고서’입니다.

Q. 최고경영자의 판단이 유례없는 재난에 직면한 금융기관들의 성패를 엇갈리게 한 셈이군요.
최고경영자는 최고위험관리자(CRO)의 리더십을 존중해야 합니다. 아무리 정교한 법과 제도를 구축해도 이를 운용하는 당사자는 바로 ‘사람’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Q. 국내 은행권의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예기치 못한 구멍이 있던 것은 아닐까요.
국내 은행들은 정교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다만, 지주사 우산 아래에 있는 카드, 보험사 등의 리스크관리 수준은 좀 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Q. 카드사들은 카드대란으로 혹독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아직도 문제가 있습니까.
유럽에서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어지간한 사람도 신청 석 달 안에 신용카드를 발급받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신용카드가 아직도 신용카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결제카드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Q.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데 3년 후를 바라볼 여유가 없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대한민국 은행들은 예측 가능한 경영이 참 어렵습니다. 5년간 외환은행 리스크관리 부서에 근무할 때 은행장이 무려 4번, 그리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전략기획팀장이 6번이 바뀌었습니다.

Q. 무엇을 해야 할까요.
평가 시스템을 빨리 바꿔야 합니다. 최고경영자마저 단기 실적 경쟁에 내몰려서는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되풀이될 개연성이 큽니다.

Q. 전문경영인들이 마치 제왕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은행장이 이사회 의장까지 역임하는 의사결정구조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살릴 수 없습니다.(제가 근무한) 코메르츠방크는 이사 7명이 주요 결정을 내립니다.

Q. 국내 은행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투자은행 모델은 흔들리고 시장 상황은 최악입니다. 신임 은행장들이 해외시장 공략을 공언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아닌가요.
해외시장 공략에는 늘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현지 시장을 손금처럼 꿰고 있는 전문가들도 태부족입니다. 불확실성은 리스크를 증폭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합니다.

Q. 국내 은행들은 내수 시장이 협소하다는 본질적인 문제에 노출돼 있습니다. 시장을 넓히는 게 선결과제입니다만.
독일의 은행들은 통일 후 동독의 기업들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구 동구권에 거미줄처럼 형성된 동독 기업들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활동무대를 넓혀 나갔습니다.

Q. 북한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대비해 나가야 합니다.

Q. 할 일 많고 골치 아픈 경영자들이 풀어야 할 리스크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건 아닐까요.
로버트 쉴러 교수가 저술한 《21세기 리스크》의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박영환 기자 bla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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