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독일

라인강변 뤼데스하임 (3) - 전승비

리스크맨 2009. 4. 22. 09:01

라인 강변의 산 위에 우뚝 세워진 전승기념비 입니다. 강력한 독일을 일으키려고 했던 독일인 들의 기상이 옆보입니다. 그러나 독일은 전쟁으로 망한 나라입니다. 후손들이 이런 기념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지 궁금합니다.

 

 

 

 

제가 뮌스터 대학의 기숙사에 있을 때 이야기 입니다. 같은 층에 신문방송학을 하는 한국인 선배가 있었습니다. 가끔 식사를 함께 하면서 환담을 나누곤 했습니다. 그 분은 지금은 모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계십니다.

 

이 분의 이야기 한 토막이 지금도 제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독일은 아직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동독과 서독이 서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젊은이들은 독일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로 힘든 시기를 보냅니다. 저도 26세의 늦은 나이에 독일유학은 간 것도 32개월에 달하는 군 생활을 하고야 유학이 가능했기 때문이였습니다.

 

독일 군인들은 그러나 훨씬 자유스럽게 근무합니다. 복무기간도 1년이 못됩니다. 그리고 주말이면 모두 외박을 합니다 그래서 길 거리에서 군인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 들의 옷차림이 '군기'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 선배가 하루는 군인들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너희는 군인인데 옷차림이 그게 뭐냐, 도대체 군기라는 것이 있는거냐! 전에 독일은 세계를 호령하는 강군이였지 않느냐!" 젊은 군인의 대답에 이 선배는 머리에 쇠뭉치를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였다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그래, 독일은 강한 군대를 갖었던 나라다. 그런데 그 강한 군대가 남긴 결과는 무엇이냐. 세계 1, 2 차 대전을 일으켜, 인류에게 엄청난 상처를 안겨주고 나라가 망하는 꼴이 되지 않았나. 우리는 강한 군대를 원하지 않는다!"

 

독일인들은 만나 보면, 강한 군대(?)와 강한 국가에 대한 향수를 나타내는 나이든 세대와 자유분방하고 개방성을 강조하는 젊은 세대로 나뉘어 집니다. 이런 전승비에 대한 젊은이들의 호감은 별로 없는 곳이 독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