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맨 2009. 7. 7. 22:17

경제학은 합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발달해 온 학문입니다. 1970년대부터 주류 경제학의 합리주의에 반기를 들고 경제학과 심리학을 결합한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이를 행동 경제학, 종종 행동 금융학 이라고 부릅니다.

 

어제 신문을 보니 우리나라 저축율이 급락하고 있어 OECD 국가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장 살기 어려우니 저축을 뒤로 미루는 것인데,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고 외치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잘못되어 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제가 독일 살 때, 독일 친구들 보면 절대 저금 같은 것을 안 합니다. 왜냐하면, 보험 잘 되어 있고, 또 연금제도가 잘 되어 있느니 벌어서 그달 그달 쓰고 일년에 두번 휴가 다녀오면 땡입니다. 저금을 할 엄두도 못내고 또 하지도 못합니다. 그런데 그런 나라보다 우리나라가 더 저축율이 낮다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과연 저축할 돈이 전혀 없는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지출은 고정지출과 변동지출, 그리고 계절성 지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정지출과 계절성 지출은 거의 줄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변동성 지출은 다릅니다. 한번 더 생각하고 또 신용카드를 자제하거나 하면 절제가 가능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 변동비를 줄이는 연습으로 3개월 평균 변동비를 산정하고, 다음 달에 이 3개월 평균의 90%만으로 사는 시도를 해 보는 겁니다. 이것이 성공하면 90% 중에 일부를 남기는 연습을 해 봅니다. 이런 식으로 변동비를 줄이고 절약한 돈을 저축하거나 노후대비용 개인연금에 불입하는 겁니다.

 

시카고 대학의 리차드 탈러에 의해 발전된 마음의 회계 (mental accounting)이라는 행동 경제학 개념이 있습니다. '어떤 돈을 다른 돈보다 가치가 낮은 것으로 간주하여 함부로 낭비해버리는 경향'을 마음의 회계라고 합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돈을 다루는 데 있어 가장 비번하게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주범이라고 합니다.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현금으로 할 때 보다 물건을 사기로 결정하는 허들 수준이 엄청나게 낮아 진다는 실험결과가 있습니다. 변동비를 줄이려면 신용카드의 마음의 회계부터 고쳐야 하는 셈입니다. 대신 체크카드를 쓰라는 권유를 합니다.

 

돈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는 자세하게 마음의 회계로 인해 지출이 늘고 제 때 투자의사결정을 못해서 돈 벌 기회를 놓치는 등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재무계획을 세우고 변동비를 줄이는 방법으로 마음의 회계를 들여다 볼 것을 강의에 활용하려고 합니다. 스스로 무분별한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데 저축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라면, 그리고 예금 잔액이 있지만, 신용카드의 리볼빙 미지급금이 남아 있다면, 나아가 세금환급금을 받으면 저축하기 보다 (공짜로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니깐) 여기 저기 써버린다면 당신의 마음의 회계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답니다.

 

내가 부지 불식간에 가지고 있는 마음의 회계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시고 메모해 보세요. 그리고 그 마음의 회계로부터 벗어날 자기 변화관리를 시도해 보세요. 그래야 늙어서 후회하지 않는 노후설계를 당장 실행할 수가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