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k Concept/리스크 이야기

키가 커서 쓰러진 나무

리스크맨 2009. 7. 19. 09:03

기후변화의 영향인지 금년 장마에도 강우량이 점차 늘어나나 봅니다. 유럽에서는 탄소배출량에 대한 규제가 드디어 입법화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구전체적으로 그 원인을 통제해야 하는데, 그 인과 관계의 갭이 워낙 크다보니 매우 어려운 작업입니다. 아프리카에서 하루의 끼니를 염려하는 사람에게 지구온난화를 생각해서 이런 저런 규제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으니 말입니다.

 

토요일에 서래풀 공원 등산을 했습니다. 말이 좀 이상하죠. 공원을 등산을 하다니. 서래풀 공원은 서래마을에 있는 산이기 때문에 산책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라고 등산이라고 하기에도 좀 지나침이 있긴 합니다. 산을 오르다 보니 곳곳에 키큰 아카시아 나무들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장마에 흙이 물러져서 큰 키를 견디지 못해서 쓰러졌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시는 것처럼 키가 30여 미터나 됨직한 아카시아 나무가 뿌리는 아주 빈약합니다. 그러다가 장마비에 이렇게 처참하게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원인과 위험결과에 대한 생각을 아니할 수 없게 됩니다. 두 가지 원인에 대해 분석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경쟁 때문입니다. 키가 높이 자라는 것은 아마도 다른 나무와의 경쟁이였을 겁니다. 나무에게는 햇빛이 필수적인데, 숲에 나무가 빽빽히 들어서 있으니, 빛을 충분히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빛을 따라 위로 위로 자라기 시작하다보니, 지나치게 키가 커져 버렸습니다. 뿌리가 극심한 우기의 환경에서 (스트레스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을 만큼만 키가 자라야 온전하게 자란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 상황에서 뿌리가 견딜 수 없을 만큼 자라 버렸으니 이런 불행이 닥친 것이지요. 기업의 경영이나 자영업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납니다.

 

 

 

 

둘째 원인은 아래 나무에서 잘 볼 수 있습니다. 쓰러진 나무들을 보면 어떤 나무들은 둥지 아래가 모두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버섯이 피어 있다는 것이 썩음의 징후이고 실제 제가 손으로 뜯어 보니 나무가 이미 많이 상해 있었습니다. 식물학자적인 전문성은 없지만,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키가 자라기 위해 영양분을 위로 위로 보내다 보니 아래 둥지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못한 겁니다. 사상누각을 지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무라는 생각하는 능력이 없는 생물이 살아 남는 길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인데, 환경에 적응한다고 키가 자란 결과가 오히려 자신을 망치게 했습니다. 숲에는 아직 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생존경쟁에서 낙오되는 나무가 썩어서 다른 숲 공동체의 거름이 되겠지요. 그러나 자신은 생명을 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