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전원생활

전원생활의 본질 - 메일 답장

리스크맨 2009. 7. 25. 11:26

제 블로그의 전원생활 글을 읽고 메일을 주고 받는 분이 계십니다. 시인이시라 글을 아주 잘 쓰습니다. 그 분이 최근에 서종면 쪽으로 전원생활을 하기 위한 터를 마련하시려고 하는데, 제가 이런 메일로 답장을 해 드린 것을 참고 삼아 올립니다. 각자에게 전원생활을 하려고 하는 목적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그래도 있습니다. 그 전원생활을 본질에 대해 분명한 인식을 하는 것이 필요 하겠지요. 그 점에 대해 한번 생각해 봅니다. 다음의 메일 내용입니다.

 

매미가 드디어 기승을 부리네요. 아름다운 목소리이기도 하지만, 도시의 소음을 이겨내려는 절규가 너무 지나칠 때도 있어요.

 

나이가 들면서 시라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고등학교 시절 '칡순' 이라는 시 동아리를 친구 몇 명이 모여서 하기도 했지요. 보내 주신 시는 정말 잘 읽었습니다. 시 자주 쓰세요.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의 여유를 주는 좋은 일이거든요. 저처럼 시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읽기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전원생활의 본질이 뭔가라고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자연에 대한 목마름이 아닐까하는데요. 제가 독일에서 마지막 3년을 진짜 전원생활을 하고 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생각을 하면 전원생활의 본보기를 보는 것 같습니다.

 

도심에서 35Km 떨어진 산 속인데, 1800명의 주민이 모여서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때 3층 짜리 주택의 위 두 층을 쓰고 살았는데, 정원이 있고 집 뒤에는 산딸기가 지천을 이루는 덩쿨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이어지는 숲은 끝없이 산책이 가능하고, 마을에는 사슴농장과 말 방목장이 있어요. 그 사이에 언제든지 아이들과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할 수 있었고요. 정원에는 텃밭은 없었지만, 잔디 깍고, 장미 가지 다듬고 하는 잔일이 있었어요.

 

겨울에는 거실에 장작 벽난로가 있었습니다. 산림청 분소에 가서 1만원 정도를 주고 장작채취권을 사면 한 겨울 내내 뒷산에 가서 땔감 나무를 날라다 불을 지폈습니다. 가을에 집으로 찾아오는 포도원 농부들에게 독일산 질 좋은 와인을 사서 두었다가 친구와 함께 벽난로를 치펴 놓고 한 잔 씩 하는 멋과 맛이 참 좋았지요.

 

서두르지 마시고, 전세를 한번 살아 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전원생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의 회계라는 행동심리학에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큰 돈의 사용을 결정하는 오류에 빠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편안한 주말 되시기 바라며, 문호교회에서 한번 뵙도록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