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맨 2009. 7. 25. 11:51

저녁에 아내와 함께 몽마르뜨 공원을 산책하고 국립중앙도서관에 들러 그 날 신문의 헤드라인을 대충 보고 집으로 옵니다. 엇그제 신문을 보다가 제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증권회사가 이번 분기에 굉장히 좋은 수익을 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습니다. 수익이 많이 발생한 분야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에 장외파생상품 분야에서 많은 수익을 냈다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장외파생상품의 발행은 감독기관의 인가가 있어야 하는 활동입니다. 제가 2년전에 바로 이 인가를 받을 목적으로 당시 이 회사 CEO의 초빙을 받아 전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1년 이상의 준비를 거쳐 이 회사는 작년 7월에 장외파생상품 취급 인가를 받았습니다. 저는 사실 이 때 회사를 옮기면서 인가를 받아주면 여러 가지 보상이 따를 것으로 구두약속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경영진이 몽땅 바뀌는 바람에 보상은 커녕 임기 연장을 하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순간 언짢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내가 잠시라도 몸 담았던 회사가 잘 경영이 되고 있으니 오히려 반가워 해야 하는데, 그런 마음이 생긴 것은 아직 제가 정리하지 못한 구석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인가를 받기 위해 22명의 5개 서로 다른 부서를 통솔하면서 1년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다들 이 프로젝트를 성공하면 더 낳은 상황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당시 Task Force팀원들은 그 회사에 남아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사람의 욕심과 만약에 라는 막연함은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 경영에 참여했던 분들은 제가 그 어려운 인가 작업을 무사히 리드 했다는 성공적 리더 였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많은 보람이 있었고, 또 당시 좋은 대우를 받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사실로 만족하고 모든 일을 객관적으로 받아 들여야 했습니다. 단지 다른 힘의 작용에 의해, 결과를 향유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긴 했지만.

 

몇일이 지난 지금 이렇게 정리해 봅니다. 아니 그 신문기사 한 대목을 가지고 나 자신이 그런 분노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를. 소냐 리보멈스키 교수가 제창한 행복연습 12가지에는 낙관주의, 맘 다스리기 등의 경지에 아직 미치지 못한 점이 많습니다. 이제 다음에는 그런 기사를 읽게 되더라도 축하하고 기뻐하는 객관화 작업이 이루어 졌습니다.

 

세상에 발을 딛고 살면서 크게 작게 부딪치는 분노를 잘 다스리시고 자신을 객관화하는 사례로 삼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