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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Old 세대의 등장

리스크맨 2009. 7. 29. 12:11

어제 친구 부친의 장례식장을 다녀 왔습니다.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지금은 케임브리지 대학에 있는 친구인데, 부친을 간호하기 위해 지난 몇 개월간 국내에 머문 보기드문 효자입니다. 저는 20년전에 독일에서 은행에 근무하는 중에 모친상을 당했는데, 그 때 제대로 어머님 가시는 길을 보살피지 못해 지금도 마음이 아풉니다.

 

당시 국내 은행 해외지점 근무자의 규정은 병환 중의 부모를 문안하기 위해 임지를 떠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규정이지만, 당시에는 범해서는 안되는 규칙이였습니다. 현지에서 입사하긴 했지만, 본국직원 신분으로 일하던 때라 위독하다는 말을 듣고도 귀국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뒤에야 부랴 부랴 귀국을 했는데, 겨우 하관하는 모습만 뵐 수가 있었습니다.

 

고교동창들이 몇 명 모였습니다. 이제 서서히 은퇴하는 층이 늘어나기 시작하다보니 자연히 은퇴 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이미 모 인터넷 회사를 퇴직해서 잠시 쉬다가 전산감리일을 하게 되는 친구, 공직에 서기관으로 있지만 내년에 퇴직을 앞두고 있는 친구, 중소벤처회사의 연구소장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늘 퇴직 후의 삶에 대해 꿈을 꾸고 있는 친구 등.

 

요즘 미국에서는 55세 이후의 은퇴자들을 3 세대로 나눈다고 합니다. 55세 - 75세의 Young Old, 그 후의 Old Old, 마지막인 Oldest 세대 입니다. 흔히 은퇴후를 활동기, 은둔기, 피간호기로 나누는 것과 비슷한데, 활동기에 대한 해석이 다릅니다. 이들 Young Old 세대들은 그 이전의 노년세대에 비해 몇 가지 새로운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이들 세대들은 건강합니다. 비교적 잘 먹고 의료혜택을 잘 받고 살아오면서 나름대로 건강을 잘 관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적으로 미국에서는 55세 - 75세 사이의 Young Old 세대 중에 질병이나 체력이 약해서 활동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은 5%에도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체력이 문제가 되어서 활동을 못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는 말입니다.

 

또 이들 세대는 젊습니다. 요즘 자기관리를 잘한 Young Old 세대는 사실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머리까지 염색을 하면 60대가 40대로 보이기가 일쑤 입니다. 그래서 실제 나이에다 0.7를 곱한 나이로 자신의 나이를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60세라면 60x0.7 즉 42세라고 여기면 된다는 말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이들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도시화, 국제화를 경험한 첫 세대이고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이미 기계가 힘든 육체노동을 대신하는 사회에서 살았기 때문에, 나이가 장애요소가 아니라 노련함을 말해 주는 지식사회의 베테랑이라는 특징입니다. 제가 심리상담을 하는 은퇴한 교수님을 알게 되었는데, 심리상담자의 절정기는 70대라고 합니다. 그만큼 인생의 노련함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상담자가 매우 우수한 상담을 한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상담자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활발한 상담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제가 이와 같이 Young Old 세대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은퇴을 앞둔 친구들에게 무엇이든지 앞으로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은퇴 후 활동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유럽이나 다른 노령화 선사례국가에서는 국가에서 전략적으로 노령인구의 사회활동과 직업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Initiative 50 Plus 라는 국가정책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정년도 65세에서 68세로 연장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부럽기도 합니다.

 

개인위험관리에서는 항상 국가와 사회가 하지 못하면,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성공적인 노화는 3가지 요소 (삶의 풍요로움, 후회없는 회상, 죽음을 맞이할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 가운데 물질적 정신적 영적 풍요로움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회활동 역시 이런 풍요로움을 위해 매우 중요한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