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멘토링/20대 멘토링

어느 유학생 음악학도의 멘토링 요청

리스크맨 2009. 9. 13. 08:30
아래 글은 방명록에 올라 있는 한 청년 유학생의 멘토링 요청입니다. 본인으로서는 아주 심각한 이슈이므로 저도 함께 생각해 보기로 합니다. 방명목 등재 글의 내용을 읽기 편하게 끊어서 재편집해 봅니다. 멘토링 요청한 학생도 들어와서 이 글을 읽을 겁니다.
 
이슈 내용별로 제 생각을 적어 봅니다. 제가 쓴 내용은 파란색으로 표시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장래에 음악인을 꿈꾸는 사람인데요... 뮤지션이요... 작곡과 연주를 합니다...밴드를 할생각인데요... 음악을 하기로 한 것은 순전히 제 자아실현을 위해서에요. 음악을 자유롭게 할수있고 내 영혼이 자유로워 질수있다면 재정적인 어려움은 얼마든지 감당할수있어라던가.,.
 
-> 청소년 시절 음악이나 영화, 여학생인 경우 패션이나 무대 장치 등에 큰 관심을 가진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사항은 이런 기호 (좋아함과 즐기는 것)가 정말 이것을 직업으로 선택해서 프로패셔널하게 잘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단순히 취미 수준의 선택과 그 직업으로 자아실현을 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음을 멘티 학생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는 자본주의 체제하에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로부터 부가가치 (여기서는 남이 인정해주고 기꺼이 돈을 내과 사주는 예술성)를 인정 받아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과 그것이 충분히 재능이 있어서, 돈까지 벌수 있느냐를 잘 따져 봐야 합니다. 물론 사람은 정말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다면 이 보다 더 행복은 없습니다. 
 
공자의 논어에도 이런 말이 나옵니다. 호지자 불여낙지자 (好之者 不如樂之者) 즉,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라는 말인데, 2500년 전에 공자가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멘티가 고민하고 있는 것은 음악을 좋아는 합니다. 그런데 아래에서 부모가 걱정하는 것은 정말 정말 이 일을 즐기고, 또 이 일을 즐기면서도 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프로로서의 재능이 있느냐 입니다. 이 점은 아래에서 다시 살펴 봅시다.
 
-> 재정적인 어려움을 자신은 기꺼이 참으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것은 부모로서는 철없는 학생이 세상 물정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생각이 좀 듭니다. 사람은 현실에 발을 딛고 사는데, 어떻게 경제적인 측면을 무시하고 살 수 있겠습니까.
 
돈이나 사회적 관습에 내 영혼을 묶어두고싶지 않아라던가... 이런생각이 어려서 그런가요.. 아님 제자신한테 솔직해서 그런가요... 전 제가 정말 하고싶은대로 살아야 제가 행복할거라고 믿거든요... 음악한다는 이유로 사람들한테 실망과 한심함의 눈초리를 받아야하는 제 자신이 안됐어요. 적어도 외국에는 이런 종류의 직업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그런게 있는데... 한국은 정반대로 무시를 해요... 음악을 한다는게 얼마나 고귀하고 멋진 일인데 한국 사람들은 인생을 전부 돈과 결부시키려 하네요.
 
-> 예술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우리나라 보다 선진외국에서는 더 인정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인데, 그런데 이 이슈는 한국, 외국이라고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출세지향적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사회적인 안전망이 부족하므로 돈이 안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살기가 참 어렵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봅시다. 내가 모은행에서 부장으로 일할 때, 연극을 하는 사람을 비서로 채용한 적이 있습니다. 연극이 정말 좋아서 전문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하고 유명한 극단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5년이 넘도록 연극을 해서 버는 돈으로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좋아하는 연극을 접고 은행의 비서로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고등학교 재학중이고 몇달있다가 졸업해요. 올해 말에 정시로 음악대학을 갈 생각이에요. 아빠가 명문대가 아닌곳은 굳이 갈 이유가 없다고... 음악을 꼭 대학에서만 배워야하냐고.. 그러네요. 순전한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가려는 대학인데 왜그렇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살아야하죠? 제가 진정 원하고 그 과정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최선을 다하면 그게 최고인건데... 안그런가요?
 
-> 자, 여기서 음악을 하는 것에서 얻는 즐거움이 더 이상 이슈가 아니라는 점은 앞에서 언급했습니다. 내 생각엔 과연 본인이 음악적 재능이 프로로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수준이 되는 지를 알아 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 시킬 때도 전문가나 음악교수로부터 객관적으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재능을 인정 받을 수 있는 자료를 보여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체능은 엄청난 반복 훈련과 재능이 있어야 어느 정도 성공이 가능합니다. 내가 매일 지나는 길에 모 고등학교 야구팀 연습장이 있어요. 그 연습장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선수들이 쉴새없이 연습을 하는 것을 보면서, 운동이란 것이 정말 힘든 일이구나, 그에 비하면 공부는 정말 쉬운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이 말은 재능이 있더라도 그 일을 정말 정말 좋아해서 밥 먹는 것도 잊고 그 즐거움으로 걱정도 잊고 (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나이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모님이 명문대학을 가라는 것은 즉, 공부를 하라는 말입니다. 일반공부는 어느 정도의 성공이 거의 확실한 길입니다. 반면에 예능의 길은 재능+끝없는 연습+행운 이 함께 해야 밥벌이가 가능한 확률이 다소 낮은 리스크가 있는 직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으로 이해해야지 전문대학 이나 명문대학의 차별이 아니라고 봅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지금 제 가치관이 성숙한건가요? 나중에 힘들던지 해서 제 장래가 바뀌더라도 지금 하고싶은것을 하는것이 제 일생에 가장 의미있는 순간이 되는게 아닌가요... 먹고사는거 걱정하는것도 지칩니다.. 요즘 사람들은 전부 그런얘기 밖에 안해요... 솔직히 굶어죽는 사람 있는것도 아닌데... 그냥 세뇌된거같아요.
 
-> 세상에 굶주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 아세요? 60억 인구 중에서 9억의 인구가 현재 굶주리고 살아 갑니다. 세잔의 차 라는 책을 한번 읽어 보세요. 그렇게 현실을 모르는 말을 하면, 부모님이 더 걱정을 하게 됩니다. 물론 한국에서 조기유학으로 미국까지 가서 공부하게 하는 부모님의 능력을 보아, 애지중지 자란 청년이므로 그런 상황을 잘 보지 못하는 점을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하고 싶은 하기위해서는 그런 비현실적인 생각을 버려야만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 예를 하나 들어 보죠. 우리집 큰 아들 (지금 독일 대학 4학년)이 초등학교 때에 피아노를 배웠어요. 엄마가 음악을 전공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능도 있었어요. 나는 전공이라기 보다는 교양으로 음악을 하라고 했지요. 초등학교 6학년이 되니 왕성한 혈기에 피아노 앞에 앉아 시간 보내는 것이 싫어서 그만 둔다고 고집을 부렸어요. 나는 주로 자유방임하는 편이라서 그러라고 했지요. 나중에 아일랜드 웨슬리 컬리지로 유학을 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선택 과목 중에 음악을 택하고 그리고 피아노 개인교습을 받았어요. 그 때 우리 아들이 하는 말이 친구들에 비해 자기가 피아노를 너무 못친다는 겁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왜 자기를 욱박질러서라도 피아노를 계속 치게 하지 않았느냐고 원망을 하더군요.
 
 
저희 아빠는 제가 음악전문대학을 가는걸 반대해요... 제가 나중에 음악하다 안되서 다시 후회하고 돌아올거라는 식으로 생각하는거같아요. 너무많은 부정적인 의견을 들어서 제자신의 신념조차도 혼동이 오네요. 꼭 음악하는게 죽을 죄 처럼 다가오네요.
 
-> 지금 멘티 학생의 부모가 아마도 그 때 내 상황과 같을 텐데, 피아노가 이슈가 아니라 멘티의 진로에 관한 중대한 이슈 이므로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살아야 되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들어요. 사회의식 자체가 음악을 경시하고 돈만 중요시하는데 이런나라에 살아봤자 제대로 대우나 해주겠어요? 제 순수한 음악적 열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뻐해주는 사람들이 몇명이나되겠어요?
 
차라리 어디 멋진 선진 유럽국가에서 태어나면 좋았을 걸... 그렇다고 내자신의 한국인 정체성을 버릴수도 없고... 모르겠어요. 전 지금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들은 결국 자신들이 초래한 고통이라고생각하는데요... 또 제가 이만큼 고심해서 선택한 길이니 만큼 열심히 노력하면 생각보다 좋은 결과들도 가져올수있다 생각하구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언 부탁 드립니다.
 
-> 다시 말하지만, 유럽의 선진국이 이런 점에 대해 관대하다고 오해하면 안됩니다. 그 곳에서는 능력주의가 오히려 더욱 철저한 사회입니다. 단지, 사회보장제도가 갖추어져 있으므로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해 줍니다. 그래서 음악을 하지만, 세계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음악인들도 학교 선생을 하거나 마을 단위의 음악학교에서 가르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우리나라 보다 더 여유롭다는 의미 이상은 아닙니다.
 
->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런 습니다. 본인이 음악을 정말 정말 (하다가 그만 둘 것이 아니라 어떤 역경이 자신의 내부나 외부 사정으로 닥치더라고, 굴하지 않고 하고 싶은 정도의 강도) 하고 싶은 지를 잘 따져 보세요. 혹시 공부가 하기 싫어서 공부를 피하려는 것이라면 (그럴리야 없겠지만) 절대 안되는 일입니다.
 
-> 그리고 부모님에게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보여 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전문가의 테스트, 지금까지 한 작업 포트폴리오, 대회 입상 경력 등) 를 정리해 보세요.
 
-> 음악은 공부와 달라서 정말 재능이 없으면 절대 따라 갈 수가 없어요. 공부는 어떤 과목이 뒤쳐지더라도 조금 더 열심히 하면 극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예능은 타고난 재능이나 천재성이 없이는 그냥 그런 수준에 머무르게 되고, 또 경쟁에서 뒤지게 됩니다. 예능 분야는 경쟁이 공부보다 더 치열하다는 것을 잘 알겁니다.
 
주일 아침의 황금같은 시간을 멘토링 정리에 바쳤습니다. 아무쪼록 멘티 학생이 올바른 진로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보람이 있겠습니다. Good l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