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효율성과 job의 구분
한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는 아주 다양합니다. 사회구성원의 직무를 크게 dispositive job과 operative job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경우는 성과평가가 상대적으로 계량화 하기가 용이합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 대한 관리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추상적이고 계량화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통제가 매우 힘듭니다. 이 둘 중에 장기적이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dispositive job입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는 사회 효율성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그 효율성이라는 게, operative job 영역에서 아무리 잘 해도, dispositive job 영역에서 잘못하면 말짱 도루묵이 돼 버리고 맙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손재주가 아주 뛰어 납니다. 그리고 부지런하기는 또 얼마나 부지런 합니까. 그런데, 2만불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 저는 늘 고민을 해 보는데, 바로 dispositive job 영역에 대한 효율성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단 사회 전체적으로 뿐 만 아니라 공공영역이나 기업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operative job 영역에 있어서는 통제나 성과측정이 매우 투명하고 쉽게 이루어 집니다. 그리고 매우 엄정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이 부분의 효율성과 경쟁력은 아주 높습니다. 국제적으로 과히 top 수준입니다. 말하자면 기능공 실력을 뛰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dispositive job 영역에 대해서는 아직 성과측정이나 효율성이 매우 낮습니다. 우리나라가 2만불 눈턱에서 좌초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성과를 계량화 하기도 힘들지만, 사회 전체에 장기적이고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dispotitive job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직무의 성격 상 사회지도층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이루지지 않는 사회는 절대 높은 사회효율성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dispositive job을 개인으로 하여금 수행하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한 개인의 능력의 유한성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개인이 이런 job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대통령의 직무같은 것입니다. 또는 한 기업의 CEO 직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경우, 유한한 능력의 소유자인 개인의 dispositive job 수행을 통제하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리스크관리에서 이 체계는 바로 CRO입니다. 국가운영에서 대통령의 job를 견제하는 여러 가지 기구가 있어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선진국일 수록 이런 체계가 아주 빈틈없이 갖추어져 있고 대통령의 권한은 아주 제한적입니다. 비효율적인 사회일수록 이런 체계가 허술합니다.
2009년 10월말 경에 신문법과 방송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 국회 이런 기구는 아주 대표적인 dispositive job을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그 기구를 구성하는 리더들의 직무는 정말 중요합니다. 이 판결을 지켜보면 그 나라의 수준을 아주 잘 말해 줍니다. 헌법을 지키지 않은 국회도 그렇고, 절차에 하자가 있지만 이 법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앞뒤 맞지 않는 판결로 존재의미를 스스로 저버린 재판관들도 사회체계의 리스크통제자로서 직무유기의 극치 보여주고 있습니다.
뉴질랜드 여행에서 막 돌아왔습니다. 인구 420만명 밖에 안되고 별 경쟁력도 없어 보이는 이 나라가 3만불 이상의 GDP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속적으로 보호하며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operative job 영역을 보면 진짜 한심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에너지 절약체계나 자연환경보호, 높은 리스크 선호도 수준 등 적어도 dispositive job 영역에서 바로 이런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