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맨 2010. 3. 17. 07:14

어제 저녁 늦게 강연을 마치고 전철을 타고 귀가하는 길에 왕십리 역에서 환승했습니다. 한 건장한 청년이 저를 보고 아는 체를 했습니다. 바로 큰 아들의 중학교 동창입니다. 전원마을에서 자랐기 때문에 양쪽 집안도 잘 알고 지냈던 사이입니다. 왕십리에서 망우역까지 함께 오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청년은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데, 자격시험준비를 위해 휴학한 상태라고 합니다. 전공이 경제+금융 이라 제가 어드바이스를 해 줄 사항이 많았스니다. 건장하게 자라고 또 아주 예의도 바르게 자란 아들 친구가 대견스러웠습니다.

 

이 청년은 제가 금융리스크 전문가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자본시장분야 (증권회사)에서 활동할 뜻을 두고 있고 파생상품이나 리스크관리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이 분야가 바로 제가 얼마 전까지 몸담고 있었던 곳이므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스스로에 대한 리스크관리의 절저함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주식이나 선물 옵션 투자는 매우 리스크가 큰 분야입니다. 그래서 리스크관리 기본컨셉인 한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큰 불행을 자초하게 됩니다. 그 한도관리는 바로 익스포져한도, 리스크량 한도, 손실한도, 손절매한도 입니다. 이 한도를 지키는 것은 지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정신무장입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자본시장 투자자들은 모두 뛰어난 정신력의 소유자 들입니다.

 

주식시장은 정글의 법칙이 통하는 곳입니다. 권투나 레슬링처럼 체급별로 등급을 나누어 페어 플레이 하는 곳이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식시장은 힘은 자금력, 정보력, 분석력입니다. 주식시장 참여자는 크게 외국인 기관투자자를 포함한 기관투자자, 전문적인 개인투자자, 아마츄어 투자자로 크게 대별할 수 있습니다.

 

이 세 부류의 자금력, 정보력, 분석력은 초등학생과 대학원생 수준만큼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체급별로 나누어서 경쟁하게 하지 않습니다. 즉, 정글의 법칙, 힘의 강자가 약자를 잡아먹는 원리 만이 존재합니다. 아마츄어 개인투자자가 한도관리 정신무장 없이 어설픈 자금력, 정보력, 분석력을 가지고 절대 기관투자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화롯가에 서 있으면 곁불을 쬐게 됩니다. 자본시장에서 캐리어를 쌓고 활동하다 보면 스스로도 투자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상황에서 철저한 정신무장과 자본시장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면,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이런 충고를 해 주었습니다. 이 충고는 비단 이 청년 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에게 해 두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