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꽃과 Bio닭장관리
사람의 관심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4월말에 군에 입대한 큰 아들의 군생활에 대한 관심이 저의 일상을 빼앗아 갔습니다. 많은 에너지가 그리로 향하다 보니 최근 블로그 관리가 소홀했습니다. 다행힌 것은 블로그에 대한 책을 읽어 보니, 너무 블로그를 의무감으로 생각하면 장수 블로그가 되기 어렵다는 위로의 말이 있었습니다. 가끔 다른 곳에 에너지가 향해 있을 때는, 블로그를 자유롭게 맡겨 두고자 합니다.
요즘 전원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입니다. 문밖 정원에는 갖가지 들꽃이 지고 피고를 반복합니다. 금낭화가 지고 붓꽃이 피었다고 졌습니다. 매발톱, 물망초가 지더니 이제 접시꽃이 한창입니다.
저희 집 정원의 밤나무는 향기로운 밤꽃 내음을 맘껏 뿜어내고 있습니다. 거실을 문을 열어두고 밤나무 향기를 맡고 있노라면 밤나무 꽃에 얽힌 온갖 추억이 떠오릅니다. 밤나무꽃이 지금 한참 만개했는데, 바라기는 비가 쏟아지지 않아 이 밤꽃이 많은 열매를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만개한 저희 집 정원은 밤나무 고목입니다. 이렇게 길쭉한 밤나무꽃에서 둥근 밤이 열리다는게 참으로 신기합니다.
저희 정원의 밤나무는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수령이 50년이 넘었으리라 추정이 됩니다. 이젠 거대한 거목이 되었습니다. 원래 제가 지금 전원주택 부지를 고를 때 바로 이 밤나무 숲 때문에 마음이 끌리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길도 없는 맹지였는데, 밤나무 6그루로 둘러쌓이 아름다운 산 끝자락 명당자리였습니다. 지금은 집 뒤로 이웃집이 들어서고, 원래 명당의 근본이 되었던 산자락도 모두 훼손되어 버렸습니다. 아쉽지만, 어쩌겠습니까.
금년 봄에 옆집에 함께 사는 동생과 닭장을 10평정도 지었습니다. 그 동안 제대로된 닭장도 없이 닭을 키우느라고 비만 오면 안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지붕도 올리고 닭들이 넉넉히 공간을 차지하고 지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셈입니다. 그리고 병아리를 13마리 사서 입식을 했는데, 지금까지 토종닭 2마리와 인공부화 닭 1마리는 일교차가 심한 기후를 견디지 못하고 일찍 죽었습니다. 제가 부랴부랴 동물병원에 자문을 받아 항생제를 투여해서 나머지는 잘 살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어미 닭은 이미 1년이 넘어서 지금 이틀에 하나 꼴로 알을 낳고 있습니다. 작은 흰닭이 지난번에 글에 올렸던 꽃닭인데, 품었던 병아리는 간수를 제대로 못해 모두 죽었습니다. 내년에는 기필코 잘 키워 보려고 합니다.
닭장은 냄새와 위생상태가 큰 이슈입니다. 그래서 전원생활을 하더라도 닭은 키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궁리해 낸 것이 바로 Bio 닭장 관리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닭장 바닥에 풀을 베어서 잘게 썰어서 덮어 두었습니다. 원래는 톱밥이나 왕겨를 활용하면 더 편리합니다. 아쉬운데로 주변의 풀을 베어서 작두로 썰어서 톱밥을 대신해도 됩니다. 이삼일에 한번 풀을 새로 덥어 주어야 계분으로 인한 냄새와 비위생상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톱밥이나 풀을 깔아 주었다고 자연농법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EM (종합미생물)과 목초액을 적당히 희석해서 뿌려 주어야 합니다. 아래 사진의 중간에 있는 뿌연 액체가 제가 배양한 EM입니다. EM 배양은 아주 간단합니다. EM센터에서 원액을 사다가 쌀 뜨물을 받아서 원액과 설탕을 2리터 당 찻스푼 1개 정도 넣고, 잘 흔들어서 상온 상태의 그늘에서 1주일 정도 배양하면 됩니다. 오른쪽의 목초액은 1999년에 제가 숯가마에서 사온 것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Bio닭장관리를 밤꽃을 활용해서 해 보려고 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밤꽃은 열매를 맺고 떨어지면, 처지 곤란한 쓰레기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가을 낙엽 뿐만 아니라 낙화한 밤꽃 치우기도 큰 고역입니다. 모아서 거름통에 옮겨 놓는 일인데, 금년에는 이 밤꽃을 바로 닭장 바닥에 깔아 보려고 합니다. 달콤한 냄새가 날 정도로 단 성분이 들어 있으니, EM을 배양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배양이 잘 되면, 발효된 계분을 닭들이 일부 다시 먹기도 한다는 것이 자연농법 경험자들의 설명입니다.
도랑치고 가재잡고, 일거양득! 저는 밤꽃 쓰레기 치우고 바이오 닭장 관리 하고! 이렇게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면, 하는 일이 힘들지 않습니다. 어디 한번 지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