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일상의 아름다움

군에 간 아들의 첫 면회

리스크맨 2010. 7. 24. 11:40

지난 주 일요일에 군 복무하는 아들 첫 면회를 다녀 왔습니다. 인터넷 세상에 너무 많은 정보가 떠돌아 다니는 것이 보안리스크가 될 것 같아서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는 이 점을 유의하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보안이슈에 대해서는 각별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입대한 지 몇 개월 지났는데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중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늘 4개월 정도는 서로 만나지 못하고 전화나 인터넷으로만 소통했던 경험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면회를 다녀 오고 보니, 제 마음 한 구석에 아주 큰 공허함이 있었습니다. 군 복무라는 것이 정말 일생 단 한번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 만큼 복무자에게 주는 심리적인 부담이 큽니다. 첫 면회를 다녀 오면서 이 점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 부담을 묵묵히 이겨내고 있는 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군은 크게 3가지 계층으로 이루어 져 있습니다. 고급장교그룹, 초급장교 및 하사관그룹, 그리고 사병그룹입니다. 의무복무그룹인 사병그룹들은 그들만의 특수한 관계 속에 군이라는 체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민주화된 군에서 사병그룹 내의 비민주적인 요소는 대폭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군이라는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위계질서를 구성해야 하는 점에서 사병 그룹내의 긴장감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아들의 말 한마디에서 묻어나는 이런 긴장감을 느낀 것이 바로 제 공허감의 근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에서는 그 회사의 기업 핵심가치의 하나를 '동의하지 않을 의무 (Obligation To Dissent 이하 OTD)'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임직원이 직급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업무를 수행할 때, 팀의 방향이나 다른 팀원의 의견이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 방향과 다를 경우 그 생각을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 입니다. 컨설팅 기업에서 이런 핵심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회가가 궁극적으로는 항상 고객에게 최선의 대안을 제시한다는 데 큰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워낙 뛰어난 회사이다 보니 한국의 유능한 인재들도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입사검증 (Assessment)를 받는 데, 한국인 여성지원자들과 달리 남성 지원자들은 OTD를 점검하는 교묘한 장치에 걸려 낙방하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학교생활, 군 생활 등에서 은연 중에 몸에 밴 절대복종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OTD라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품성을 이미 상실해 버린 것입니다.

 

다른 많은 젊은이들 처럼, 우리 아들은 낯선 환경에서 10여년 이상을 굳건하게 자랐습니다.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영혼과 창의적인 생각의 소유자가 되길 바라는 저의 평소의 교육에 관한 생각 때문이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청년으로 잘 자랐습니다. 전 세계에 어디에 가서든 아무런 선입견과 언어적 장애없이 자신의 능력을 활짝 꽃 피울 수 있는 세계화 3.0 시대의 글로벌 인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2년간의 군 생활이 아무쪼록 영혼의 자율성과 창의적 생각의 틀을 심하게 손상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것이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