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전원생활

뽕나무 오디 효소

리스크맨 2010. 8. 1. 10:39

정원가꾸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저희 집 정원에는 소나무나 특별히 값나가는 나무가 별로 없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 아마도 전에 뽕나무를 많이 재배했던 곳이였나 봅니다. 그래서 뽕나무가 매우 흔합니다. 이 나무는 생명력이 엄청 강해서 가꾸지 않아도 아주 잘 자랍니다. 반대로 이 나무를 캐내려고 하면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생각을 바꾸어서 뽕나무와 공생하기로 맘을 바꾸면 됩니다.

 

저희 정원에도 뽕나무가 몇 그루 있고 이 중 두 그루는 수령이 몇 십년을 된 듯 아주 크고 웅장합니다. 두 그루가 주거니 받거니 서로 해을 바꾸어 가며 풍성한 오디열매를 선물해 주고 있습니다. 오디 수확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금년에는 동네에서 효소 담그는 법을 배운 아내의 제안으로 오디를 따서 효소를 담그기로 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오디의 양이 제법 많습니다. 

 

어느날 아침 뽕나무 아래 깔아둔 비닐 막을 거두어 들인 양입니다. 몇 차례에 걸쳐 이렇게 모든 오디는 지금 효소 단지에 들어가 맛있는 효소로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 잘 알지 못하고 지냈는데 효소 만들기가 전원생활의 빼놓을 수 없는 소일거리인 것 같습니다. 시중에 효소를 만들어 파는 곳도 아주 많습니다.

 

물론 효소를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오히려 독성이 생긴다고도 합니다. 그 만큼 자신이 정성드려 만든 효소의 가치가 높다는 의미도 됩니다. 효소 만드는 작업이 긴 시간과 노력이 들어 갑니다. 그러나 전원생활을 재미로 효소를 만든다면 느림의 미학을 터득하고 맛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을에 만도 효소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이 몇 있습니다. 교회에 모시는 어르신이 가끔 이 효소를 선물해 줘서 먹는데, 아주 맛이 좋습니다. 우리 집 효소를 맛 보려면 아직 3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부터 매년 효소를 만들면 3년이 지난 후에는 매년 맛있는 효소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호사를 누리게 될 겁니다.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창문의 문종이를 바르는 재미를 남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해 봐야 그 맛을 압니다. 전원에는 이런 소일거리가 아주 많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