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리스크/개인위험관리

주거자산과 하우스푸어 (3) - 스트레스 시나리오

리스크맨 2013. 5. 9. 18:34

이 글에서는 마지막으로 주거자산과 관련한 장기적인 위험과 그 대응방안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집을 구입하므로 이 결정은 매우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모든 리스크의 속성은 시간이 길 수록 커집니다. 예를 들면, 주식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측정할 때도 하루 보유 시 리스크는 가중치가 없지만 일주일 보유시 리스크는 √5 (루트 5) 즉 2.23입니다. 일주일 보유 시, 주식시장 영업일이 5일 이므로 루트 5 배수 (2.23)배의 가중치를 두는 것입니다.

 

주택을 구입하고 20년에 걸쳐 원금과 이자를 지불할 경우, 주택가격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아도, 금리리스크를 앉게 됩니다. 금리 리스크는 금리가 상승하여 추가로 이자부담을 지는 경우입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콜금리 (금융기간간에 주고 받는 단기자금의 금리)가 10%대에서 30%대로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 때 부채를 안고 있던 사람들이 큰 고통을 당했던 기억을 생생하게 하고 있을 것입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도 금리가 급등하여 고생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극심한 상황이 아니라도 금리는 늘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DTI(수입에서 원리금 상환이 차지하는 비율)가 상승하게 됩니다.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래 표는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에서 주택담보대출자 3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택담보대출 스트레스 테스트' (출저: 경영리스크관리, 류근옥, p. 391) 자료입니다.

 

금리가 1% 상승하면 DTI는 3.17% 상승하고, 연체율은 0.20%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금리가 3% 상승한다면 DTI는 무려 9.5%가 상승하고 연체율은 0.61%가 상승하는 극심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오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2.5%로 인하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유럽이나 다른 선진국과 같은 낮은 금리 수준에 이르고 있는데, 3% 씩이나 금리가 상승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시나리오가 발생할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분들이 계시겠지요. 당연한 반론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북한리스크라는 돌연변이가 잠재되어 있습니다.

 

 

제가 1990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독일의 통일을 경험했습니다. 그 때 독일의 시중금리는 3% 내외로 매우 안정적인 시기를 오랫동안 유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 5월 동독과 서독이 경제적 통합을 하면서 (정치적 통합은 10월에 이루어 짐) 동독에 막대한 개발자금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금리는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집니다. 수요가 급증하면 금리는 따라서 상승하는 것이 시장원리입니다. 놀라지 마세요. 독일의 시중금리는 3%에서 무려 9%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돈을 가진 사람들은 막대한 이득을 보았지만, 부채를 가진 사람은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영국의 전략연구소에서 예측하기를 향후 25년이내에 남한과 북한은 어떤 형식이든 매우 긴밀한 사이가 된다고 합니다. 반드시 통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제적 개방이 이루어지면, 막대한 투자자금이 필요하게 됩니다. 금리가 앞으로 25년 사이에 언젠가 한번은 1997년 때처럼 급등할 시기가 올 것으로 알고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금리 외에도 북한과 관련된 상황 변화에 따른 환경의 변화 전체를 저는 늘 북한리스크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위의 서울대 금융연구원 조사처럼 3% 금리가 급등하는 시나리오가 반드시 한번은 찾아 온다는 말입니다. 이 극심한 상황을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주거자산과 관련한 의사결정에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주거자산과 관련해서 이미 골머리를 썩이는 하우스푸어가 많아 한번은 경종을 울렸습니다. 타산지석으로 삼고 적절한 대응방안이 수반된 의사결정을 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집 큰 아들은 집을 사기 보다는 렌트하는 개념이 몸에 익었습니다. 독일에서는 이미 렌트가 광범위한 주거대안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와 같이 렌트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임대자 보호법과 같은 사회적 체계가 보완 되어야 하겠지만, 수요가 있다면 늘 제도는 변하기 마련입니다.

스트레스 집.png
0.03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