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전원생활

6월의 전원생활

리스크맨 2013. 6. 1. 09:38

전원생활에 대한 글을 오랫만에 올립니다. 요즘 한 해 중 전원생활의 아름다운을 가장 잘 느낄 때입니다. 지난 주 인터넷에 전원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다 이해가 가는 내용입니다만, 그런 정도의 기본적인 상식을 알고 전원생활을 시작해야 합니다.

 

내용인즉은, 풀과의 전쟁입니다. 땅 한 평은 3.3 제곱미터인데, 이 안에 약 7000만개의 잡초씨앗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잡초도 종족보존의 집념이 있는지라 5, 6월이면 한창 잎이 나고 무섭게 자랍니다. 그러니 초보 전원생활자가 이 풀과 전쟁을 해야 할 만큼 대단한 기력입니다. 저는 면직포로 땅을 덮는 방법으로 이 풀 문제를 해결합니다. 면직포는 농협에서 가서 주문해야 합니다. 비닐처럼 수 백 미터가 말려있는 한 통이 12만원 정도하는데, 2-3년을 넉넉히 쓰고도 남습니다. 이 면직포로 땅을 덮어 두면 풀이 나지 않고, 텃밭의 로터리도 비닐 대신 이 면직포로 덮습니다. 그래야 오래 쓸 수 있고 비닐 공해도 없어 집니다.

 

초보 전원생활자들을 괴롭히는 것은 외로움입니다. 전원생활 리스크에서 제가 누누히 말씀 드렸듯이 유의해야 할 일입니다. 은퇴 후의 삶을 활동기, 은둔기, 피간호기로 나누는데, 은둔기부터는 전원생활을 피해야 합니다. 거동이 불편하고 자동차 운전도 하지 못하는 기동력이 떨어진 노부부가 전원생활을 하는 것을 감옥생활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젊은시절 전원생활을 하고 나이들어 도시로 나오기 위해 도시에 아파트를 사둡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사에 나와있는 초보 전원생활자의 어려움이 바로 전원주택의 유동성입니다. 전원주택은 당연히 도시 아파트에 비해 유동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그런 것을 계산에 넣고 전원주택을 지어야 합니다.

 

기사의 내용만 보면 전원생활이라는 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정적인 면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미리 알고 조금만 유의하면 다 해결될 문제인데, 이를 침소봉대하는 기자 작성자의 전문성도 부족합니다.

 

우리 집 정원에는 들꽃이 만발해 있습니다. 눈개승마, 금낭화 (이제 막바지), 매발톱, 붓꽃 등이 만개해 가고 있습니다. 텃밭에는 상추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고, 씨로 뿌린 쌉쌀한 겨자도 식사 때마다 입맛을 돗구어 줍니다. 아직 오이, 토마토는 모종을 늦게 심어서 수확까지는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한창 손이 많이 가는 때입니다. 토마토 곁순도 따 주어야 하고, 넝쿨이 잘 자라도록 지주대도 세워 주어야 합니다. 아, 열무는 이미 수확을 해서 장모님이 맛있는 열무김치를 담가 두었습니다.

 

이제 곧 정원의 밤나무 고목이 꽃을 피우면 밤나무 꽃 냄새로 홍역을 치르게 됩니다. 그 냄새가 그윽하면 좋은 데, 너무 진하면 문제입니다. 밤나무 꽃이 떨어질 때 쯤 장마가 시작되면 꽃 잎 떨어진 것을 치우는 것도 몇 일은 또 큰 일거리입니다.

 

닭장에는 초봄부터 매일 5-6개씩 닭걀을 낳아서 잘 먹었는데, 요즘은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습니다. 품을 시기가 되니 알 놓은 횟수가 좀 뜸해 지고 있습니다. 자연의 이치입니다.

 

오늘 내일 잔듸밭도 금년 첫 깍기를 해 주어야 합니다. 이래 저래 6월의 전원은 손갈데가 참 많습니다. 즐거움으로 하지 않으면 고역이 됩니다. 일을 양도 적절히 조절해야만 즐거움으로 머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