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의 위기관리 (2)
한 식품회사의 기업리스크관리 강의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몇일간 식품회사가 어떤 이슈가 있는 지를 찾아보니, 가장 리스크에 민감한 산업 중 하나라는 확신이 듭니다. 오늘도 한 분유회사의 분유통에서 개구리의 마른 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 지, 회사는 어떻게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지 관심있게 지켜 볼 일입니다.
지난번에 한국축구의 위기관리 (1)에 대해 적었습니다. 오늘은 머리도 식힐 겸, 두번째 이야기를 풀어 봅니다. 금년들어 독일 분데리리가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Management가 잘 되는 리그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한 때 영국, 스페인, 이태리에 밀려 관심 밖에 있었던 분데스리가가 위기를 극복하고 당당히 최우수 리가가 되었네요. 독일은 아주 강력한 축구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 동안의 리그의 위기는 바이에른 뮌헨팀의 지나친 독주, 독일 축구협회의 일부 인사들에 의한 독주, 독일 통일로 인한 영향 등이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독일축구 전문가가 아닌 저는 그저 이런 정도의 원인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독일은 우선 선수층이 매우 두텁습니다. 프로선수로 구성된 1부와 2부 리가가 있고, 그 아래 아마츄어로 이루어진 3개의 계층이 더 있습니다. 총 5개의 리그가 매년 상위 리그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치열한 경쟁을 펼칩니다. 클리스만이 제빵사 직업을 가졌던 축구선수라는 것은 잘 알려졌지요. 축구만으로 밥을 먹고 살기 전까지 즉, 2부리그 이하의 팀 선수들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아마츄어들입니다. 재미로 축구를 하다가 그 걸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실력이 드러나면 프로선수가 됩니다. 우리나라처럼 아마츄어 때부터 축구만 하는 축구선수는 없습니다.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은 축구가 자연스럽게 프로축구로 이어집니다.
제가 독일에서 살 때,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산 속 마을인 Wildsachsen이라는 곳에서 살았습니다. 인구가 1800명인 이 마을에 천연잔디 구장이 있고, 축구팀이 있습니다. 아마도 5번째 리그 (꼴찌리그)에 속한 팀이긴 하겠지만, 청소년 팀도 거느리고, 자체적으로 매주 정기적으로 리그전을 펼치는 엄연한 축구팀입니다. 이렇게 5개 리그에 소속된 축구하는 사람 (축구선수 라기 보다는 축구를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입니다)이 옛 서독지역에만 5백만명이 있다고 합니다. 통일이 된 지금은 인구비례로 따져 본다면 한 700만명은 될 것으로 추측합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양평 서종이라는 곳은 인구가 약 만명 정도되는 면소재지입니다. 놀라운 것은 이 곳에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천연잔디구장이 있습니다. 어제는 보니깐 군체육대회 준비를 위해서인지 한 밤중에 라이트를 켜고 연습을 하더군요. 독일에 비해 조금도 빠지지 않습니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은 그렇다는 말입니다.
비단 우리 마을 뿐만 아니라 전국에 이런 하드웨어적 축구 인프라는 잘 되어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축구를 좋아하고 정기적으로 경기를 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습니다. 우리동네 축구팀을 보면 친선축구 정도의 비정기적인 경기만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앞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전국의 모든 축구팀이 실력에 의해 5개의 리그로 나뉘어져 정기적으로 경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경기결과에 따라 분데스리가와 쯔와이테 리가 (2부)가 매년 1부 리가의 꼴찌 세 팀과 2부 리가의 선두 3팀이 자리를 바꾸듯이, 모든 리그가 차상위 리그와 꼴찌와 선두간 스왑을 합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700만명의 축구메니아들이 분데리가를 꿈꾸며 축구경기에 열심히 임합니다. 당연히 투명합니다. 실력이 오직 기준이 될 뿐이지 학연이니 지연이니 실력이외는 요소는 작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팀은 클럽으로 운영되며 클럽은 사회법인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5부리가의 꼴찌 클럽이나 바이에른 뮌헨 클럽이나 법적 구조는 비슷합니다. 우리나라도 물론 이러한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온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비슷하게 개혁을 시작한 일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실패작입니다. 독일리그 시스템을 철저히 벤치마킹한 일본축구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변이 있고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를 잘 다음어 나가고 있습니다. 한일전이 더 이상 선수들의 투지 만으로 승패를 가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재미없는 축구는 축구경기장엘 가거나 TV 앞에서 볼 가치가 없습니다. 분데스리가의 다이네믹한 경기를 생각하면, 한국 프로축구의 답답함과 비교됩니다. 일본축구를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아들 말을 들어보면 아주 재미있다고 합니다. 몇몇 해외파 선수들에게만 의지해야 한다면, 한국축구는 정말 위기라고 생각됩니다. 소프트웨어적인 인프라를 만들어가는 일을 지금부터라도 한발 한발 만들어 가지 않으면, 한국축구는 내일이 별로 기대될 것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