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리스크/개인위험관리

신뢰에 의존한 연고 비즈니스와 자살

리스크맨 2013. 10. 4. 19:01

참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동양증권의 제주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입니다. 제주도 은행지점에 특강을 한번 한 적이 있습니다. 지점에서 지역주민의 자기개발을 위해 정기적으로 강의를 개최하는 곳이였습니다. 서울에서는 그렇게까지 금융회사 지점과 지역주민들과 밀착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상당히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주도는 섬입니다. 특히 현지 주민들 간의 유대감이 돈독한 곳입니다. 올레길 이후 많이 바뀌긴 했지만, 제주도에 이방인들이 적응하기 힘들다는 말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유대감 때문입니다.

 

저는 전원지역에서 20년 동안 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작은 마을에 살았습니다. 전원마을이라는 곳이 도시처럼 익명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장점일수도, 단점일수도 있습니다. 제주도는 도시이면서도 전원마을과 같은 특징이 있는 곳입니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는 저로서는 동양증권 제주 지점의 직원이 이번 회사채/기업어음 사태로 무척 큰 곤란에 처했을 것이라는 점이 수긍이 갑니다.

 

우리나라는 연고 비즈니스 비중이 높은 사회입니다. 보험이 그렇고 다른 비즈니스도 '서비스나 재화' 그 자체가 아니라 사회적 인연이 동원됩니다. 제가 학문적으로 이런 특징을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미성숙한 사회(unmatured society)일수록 이런 경향이 높습니다. 자살사건을 좀 더 분석해 봅시다.

 

제가 다른 글에서 설명했듯이 (신용리스크 게시판 참고) 회사채나 기업어음에 대한 투자는 일반인들이 쉽게 할 수 없습니다. CMA와 기업어음의 신용리스크의 차이를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권유자의 신뢰가 크게 작용합니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아는 사람의 신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합니다. 이번 동양사태 처럼 기업어음이 부도가 나서 원금을 돌여받지 못하게 되는 신용리스크가 발생했습니다. 그 책임은 (모든 정황이 정상이라면) 당연히 고금리 혜택을 누렸던 투자자가 져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전문성이 없었던 투자자는 아는 직원의 말을 믿고 의사결정을 했다고 하니, 그 책임이 권유자에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권유자인 직원은 그룹의 말을 믿었다고 합니다. 신용리스크와 수익율 판단이라는 냉정한 자본주의 논리가 '믿음'이라는 원시성과 그 기능을 교환한 셈입니다. 중간에 낀 직원이 입장이 난처해 졌습니다. 급기야 자살로 까지 이어질 정도로 심적 부담이 컸던 모양입니다. 이 이슈는 간단하지 않습니다. 다음 글에서 좀 더 상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