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Risk/환경·안전·방재

남해 바이오컨 (2) - 님해섬의 보물

리스크맨 2009. 3. 28. 18:03

1. 바이오컨 공장을 찾아 가는 길

 

서울 반포에서 아침 6시 30분에 승용차로 출발하여 금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달려왔는데, 남해대교까지는 대략 4시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전에서 사천에 이르는 고속도로 구간을 좋아 합니다. 한적하고 또 주변의 경관이 국도처럼 아기자기한 맛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해대교에서 남해 읍내로 들어가는 벗꽃 길에는 꽃 봉우리가 이제 막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남해군청 앞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 먼저 이른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아직 식사준비가 안되었다는 주인의 정중한 사과를 받고, 근처의 설렁탕 집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먼저 했습니다. 한 인사의 방문시간이 1시 경에 맞추어져 있어서, 우리 일행은 먼저 식사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서울보다는 가격에 비해 푸짐한 곰탕을 한 그릇 먹으면서 시골에서 생활비가 서울보다 덜 든다는 의견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식사 후에 곧장 4시간의 먼 길을 달려온 목적지 '바이오컨 폐기물 처리장'으로 달려 갔습니다. 말보다는 사진 훨씬 정황을 더 잘 알려 주므로 많은 사진을 찍어 왔습니다. 이 곳은 바이오컨 공장 뿐 만 아니라 남해군의 쓰레기 매립장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입구 표지석의 당당한 모습입니다. 이 표지석이 당당함 처럼 이 폐기물 처리장이 쓰레기 제로를 실제 구현하는 기념비적인 역할을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이곳을 남해의 보물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에서 4시간이나 가야 하는 남해의 멀고 먼 섬에 쓰레기 처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플랜트가 있다니, 참 감회스럽습니다.

 

 

 

 

2. 지자체의 쓰레기 처리 이슈

 

이 곳은 바이오컨 뿐 만 아니라 남해섬 전체의 쓰레기 매립시설과 또 대형쓰레기를 처리하는 시설도 들어서 있습니다. 제가 서종면 문호리라는 곳에서 15년 동안 전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살아본 사람들이 자연을 찾아 전원으로 갑니다. 그런데,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냐 하면 쓰레기 처리에 대한 시골거주민들의 불감증입니다. 비닐을 태우면 냄새가 정말 심각합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15년 전에 제가 시골로 갔을 때만 해도 논밭 두렁에서 로타리에 사용한 비닐, 생활쓰레기 비닐을 그냥 소각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자연을 찾아, 맑은 공기와 물을 찾아 시골에 갔지만, 정작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닐을 태우는 역한 냄새 였습니다.

 

시골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잘 보관하지 않으면 정말 가치가 없어 집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시골을 가 보면, 선진국과 다른 것이 바로 쓰레기 입니다. 쓰레기 처리 제대로 하지 못하니, 구석구석이 쓰레기로 뒤덥여 있습니다. 그래서 지자체의 쓰레기 처리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남해섬이 이런 고효율의 쓰레기 처리 시설이 있다는 것은 이 섬의 축복이고 이 컨셉이 우리나라 지자체에 모두 퍼져 나간다면,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을 다시 찾을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이 높으면 결국 이 비용은 최종 소비자인 지자체 구성원에게 부담지워집니다. 높은 쓰레기 처리 비용은 종국에는 우리나라 금수강산을 쓰레기 장으로 변하게 할 위험이 있습니다.

 

시골에 이런 쓰레기 반입에 대한 규칙이 철저히 지켜 지는 것은 보니, 남해섬은 희망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쓰레기 반입에 관한 남해군수의 안내문입니다.

 

 

3. 쓰레기 처리 비용이 지자체 경쟁력?

 

아래 사진은 대형폐기물 처리 수수료에 관한 안내문입니다. 시골에서는 이 가격도 결코 작은 돈이 아닙니다. 만약 이 폐기물을 잘 처리하는 시설을 갖추어서, 재활용 할 수 만 있다면, 그리고 쓰레기 처리비용을 받지 않고, 오히려 쓰레기를 가져오면 값을 쳐 줄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전국에 널려 있는 쓰레기는 자연히 줄어 들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위의 쓰레기 처리 비용이 이 보다 더 비싸 진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 날까요? 생각하기도 끔찍하지만, 온 남해섬은 대형쓰레기로 뒤덥이게 될 겁니다. 우리가 위험관리에 대한 컨셉을 구현할 때, 전략적으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즉, 위험을 감안한 성과평가를 하고, 원인과 결과를 조명해 볼 때,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dispositive skill 즉, 구성적인 능력이란 이런 결과를 사전에 예지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능력입니다. 지자체의 리더들이 이런 능력이 없으면 리더의 자리에 앉아서는 안됩니다.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서는 이런 추리를 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해서 처리비용이 많이 드는 쓰레기 처리시설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시다. 처음에는 정부에서 보조금을 좀 주겠지요. 그러나, 이런 보조금은 반드시 끊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지자체에서는 지자체 예산으로 보충하던지, 아닌면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해서, 쓰레기를 처리해야하는 주민들에게 이 비용을 부담시킬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쓰레기 처리비용이 올라가서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 쓰레기를 처리할 돈이 없는 주민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불법으로 쓰레기를 투기하게 되겠지요. 지자체는 쓰레기 더미가 되겠고, 이 불법으로 처리된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또다시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정상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주민들도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결국 이 지자체는 다른 지자체와는 경쟁에서 뒤지는 지자체가 되지 주민들이 떠나거나 이 곳으로 이주하려는 주민들이 줄어 들겠지요.

 

제가 지자체의 경쟁력 위험이라고 제 책에서 지적한 사항이 바로 이런 이슈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라시라는 온천휴양지는 무분별한 관광시설 투자로 파산한 최초의 일본 지자체가 되었습니다. 노인 거주자들은 법적으로 받아야 할 사회복지를 받지 못하게 되어 엄청난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4. 쓰레기는 이래 저래 돈 - 드는 돈 vs.버는 돈

 

아래 사진은 이 쓰레기 처리장으로 들어오는 화물차의 무게를 계량하는 계량기입니다. 쓰레기는 잘못하면 처리하는 비용이 듭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죠. 그러나 쓰레기를 자원화 하면 쓰레기가 오히려 버는 돈이 됩니다. 잘 말려진 비닐 쓰레기는 Kg당 7000 Kcal에 가까운 열량을 가진 유익한 연료가 됩니다. 그냥 땅에 매립하면 부식에 100년 이상이 걸리는 골치꺼리가 됩니다. 

 

 

 

위 사진에서 보듯이 쓰레기를 실은 화물차가 쓰레기 처리장 안으로 들어 오면, 우선 짐을 실은 채로 중량을 계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쓰레기를 하차 한 후에 다시 계량을 하면, 이 차가 반입해온 쓰레기의 중량을 측정하게 되고, 그 중량에 따라 요금을 지불하면 됩니다.

 

5. 매립시설 용량은 남해시의 새로운 제한요소

 

아래 사진은 신사장 설명에 의하면 100억원 짜리 남해군 쓰레기 매립시설입니다. 파란 지붕 너머에 보이는 산과 이 매립장 사이는 아름다운 남해의 만입니다. 

 

 

 

이 곳에 쓰레기 처리장 대신 다른 관광시설이 들어 섰다면 아마도 멋진 경관 때문에 인기 있는 곳이 될 겁니다. 100억원 들여 쓰레기 매립장을 만들었으니, 앞으로 수 십년간은 아무도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없는 혐오(?) 시설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남해군으로서는 상당한 비용을 지불한 셈이 됩니다. 이런 쓰레기 매립장을 더 이상 섬 안에 건립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쓰레기를 매립하는 양을 줄여서 이렇게 비싸게 지어진 매립시설을 오래 오래 사용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남해군 입장에서 남해군 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량은 새로운 제한요소 constraint가 된 것입니다. 모든 의사결정에서 이 제한요소를 감안하지 않으면 큰 골치꺼리가 됩니다.

 

이런 점이 바로 바이오컨 기술의 우수성을 적용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왜냐하면, 바이오컨 기술은 궁극적으로 쓰레기의 완전한 재활용, 즉 매립 쓰레기 0 (제로) 상태를 추구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립장 너머에는 아름다운 남해 바다는 이 곳을 매립장으로 쓰기에는 경치가 너무 아깝다는 한을 가지고 있을 법합니다.

 

아래 사진은 매립장 내의 모습입니다. 건설폐기물 등 바이오컨의 시설에서 처리하지 않는 쓰레기를 매립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매립보다는 재활용으로 눈을 돌려야 이 마지막 남은 귀한 매립장을 오래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위 사진의 오른쪽 귀퉁이에 쌓이기 시작하는 매립쓰레기는 공장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건설폐기물, 대형 쓰레기 등입니다. 이런 쓰레기는 사실 생활 쓰레기 보다 재활용이 더 간편할 수 있습니다. 건설폐기물은 생활 쓰레기보다 구성이 간단하기 때문에 mechanical 처리 만으로도 물질 성질에 의한 구분이 가능합니다. 성분에 따라 구분된 쓰레기는 사실 모두 원재료의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6. 쓰레기 처리장 입구 맞어! 공원 입구 같네!

 

아래 사진은 쓰레기 처리장 입구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사진에서 흔히 보는 냄새나고 파리가 돌아다니는 흉칙한 모습과는 거리가 멉니다.

 

 

쓰레기 처리장 입구의 한산한 모습입니다. 옛날 수도권 쓰레기 매립장의 파리가 날리고 불쾌한 냄새가 진동하는 그런 생활쓰레기 처리 시설에 비하면 낭만적이기까지 합니다. 제가 이 글의 제목을 남해섬의 보물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김두관 군수가 있었던 시절 남해에 몇 가지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바이오컨 쓰레기 처리 공장입니다. 그 외에는 남해의 스포츠 월동시설, 독일마을 등 입니다. 이러한 시설은 당시 군수는 가고 없어도 남해의 소중한 보물로 그 역할을 계속 할 것입니다. (저는 김두관 당시 군수를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단지 그가 남긴 몇 가지 보물을 생각할 뿐 입니다).

 

7. 바이오컨 시설이 남해섬으로 오게된 사연

 

제가 비이오컨 기술을 처음 만나서 바이오컨 플랜트가 하필이면 그 멀고 먼 남해섬에 처음으로 설치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 긴 사연을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쓰레기 처리 시설에 관한 사업을 하기 전에 사회운동을 하던 분이였습니다. 사회운동의 이슈 중에 하나가 점차 환경문제가 되고 있었는데,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소각장 건립을 반대하는 운동이였습니다.  이 분도 소각장 건립에 반대했지만, 상대편에서 제기하는 질문인 '그럼 대안이 있느냐' 라는 것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시민운동이라는 것이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면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제가 독일에 있던 시절, 녹색당이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운동을 결렬하게 펼쳤습니다. 그 때 그들은 값비싼 대안이긴 했지만, 재생에너지에 대한 대안을 줄창 주장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당시의 기성정치에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던 재생에너지 산업이 지금 유럽을 먹여 살리는 차세대 기술이 되었으니 참으로 역사의 아이러니 입니다.

 

이 분이 소각시설을 대신하는 쓰레기 처리방법에 대해 직접 R&D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될 성 싶었지만, 결국 길고 긴 시간, 수 많을 자금을 투자하고 오늘까지 험한 중소기업의 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몰입이라는 행복의 추구 관점에서 보면 참으로 행복한 삶이 였다는 위로를 해 주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다시 남해로 가게된 사유로 돌아가 봅시다.

 

이분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했기 때문에 국가운영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각종 정부 위원회 활동을 했던 분입니다. 

 

당시 남해군은 이미 소각시설을 설치할 모든 의사결정을 끝내고 착공을 앞두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어느 곳에서도 검증이 안된 MBT (Mechanical Biological Treatment) 공법으로 쓰레기 처리시설을 만들겠다고 하니, 공무원들로서는 기가 막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습니다.

 

처음에 남해군 공무원들은 아예 이 분과 이 이슈에 대해 이야기 하기를 거부할 정도의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군수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 되어서 이 시설을 단기간에 설비를 마치고 쓰레기 처리를 시작하여 이제 7년이라는 성공적인 근거를 가지는 시설이 되었습니다. 군수도 군수지만, 당시 이런 시설을 설치한 남해군 공무원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이 시설이 남해군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환경부 장관, 차관도 이미 견학을 했고 수 많은 관리들이 벤치 마킹을 위해 이곳을 다녀갔습니다. 지금은 어린 학생들이 환경의식을 갖도록 하는 견학시설로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순탄하게 온 것은 아닙니다. 환경부와의 쓰레기 처리 컨셉에 대한 정면 대결을 수 없이 겪었습니다. 인터넷에 바이오컨을 검색하면, 그 동안 이 시설의 우여곡절을 증명해 주는 많은 비방기사들이 뜹니다. 처음에는 소각처리 컨셉과의 대결로, 후에는 생활쓰레기 분리배출 컨셉의 대결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바이오컨 MBT는 쓰레기의 정교한 분리배출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리에 대힌 이슈 또한 정확하게 다루어 져야 할 이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