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두 아들이 6개월 간격으로 입대한 것도 부모로서 특이한경험입니다. 큰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입대하게 되어 그 나마 걱정이 덜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2학년 1학기를 마친 작은 아들이 입대할 때는, 306보충대 연병장에서 강당으로 향하면서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는 아들이 안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자유인에서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군인으로 적응해 가는 과정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충대에서 사복을 군복으로 갈아 있고, 집으로 소포를 보내게 됩니다. 이 때 아들이 쓴 첫 편지가 함께 배달됩니다. 혹시 편지가 안 보이면, 소포포장 어디엔가 붙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잘 찾아보셔야 합니다. 큰 아들 때는 제가 경험이 없어서, 미쳐 편지를 발견하지 못하고, 엉뚱한 편지만 보낸 적도 있습니다.
보충대에서의 막막한 심정이 주로 이 편지에 담겨 있으니, 너무 지나친 해석으로 걱정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 아들들이 보낸 편지를 일부 옮겨 봅니다.
큰 아들이 보낸 편지 중에는 이런 대목이 보입니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 이거 군생활 이제 하루 밖에 안 했는데, 진짜 장난이 아니네. 지금까지 했던 다른 곳에서의 단체생활과는 전혀 달라. 어제는 저녁먹는 시간 빼고는, 강당에 들어가서 밤 9시까지 거의 땅바닥에 앉아 있었어. 이천명이 넘는 인원이 조 나누고 이것저것 하느라고 진짜 오랜시간이 걸리 더구만. 처음에 어떤 구대에 들어갔다가 앉았다가 일어서기 동작이 늦어서 끌려 나갔더니 나보고 이런 식으로 군대생활하면 꼬인다고 하더라구. 그래서 난 아 ~ 처음부터 이게 아닌데 걱정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하도 많아서 금방 다른 구대에 섞여 들어 갔어. ... (중략) 늦게 취침했는데, 난 하필 3-4시 불침번을 서게 되었어. 겨우 한숨 자고 6시에 일어났는데, 긴장해서 그런지 별로 피곤하진 않네. 여기 구대장이라고 있는데 걔가 똥폼잡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 참 더 이상 못 봐주겠어. 아빠말처럼 국방부 시계는 진짜 안 가는 것 같다. 하루 겨우 지났는데 한 일주일 지난 것 같애. 내 동생이 이거 할 생각하면 참 내가 답답해. 훈련소 가서 또 편지 할께. 그럼 이만, 피 뽑으러 가야 되겠다. 바이바이!" 이런 첫 편지를 보내고 나서 훈련소로 떠났습니다.
6개월 후에 입대한 둘째의 편지는 더 리얼합니다. "어머니, 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아직 입대한 지 24시간도 안 되었네요. 어제는 저도 형처럼 하루종일 앉아 있었습니다. 저녁식사는 그저 그랬습니다. 그 전날 먹은 어머니의 묵은 지 닭볶음탕을 조금 더 먹어 놓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중략) 형이 말해 준 치수대로 옷과 신발을 받아서 아무 문제 없습니다. 훈련소가서 훈련 받을 생각을 하니 막막합니다. 그 곳에 비하면 여긴 민간사회죠. 지금도 사복을 입고 있어서 군인같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00부대에서 차출하러 올 때는 정신 바짝 차려야겠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잘 응해서 형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네요. 어머니 아버지는 잘 지내시죠? 잔소리 하나하나가 그립습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 갔으면 싶네요. 다음번에 기회 될 때, 또 편지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히, 열심히 잘하고 있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기도 많이 해 주세요." P.S. 00부대 차출하러 왔을 때, 설문조사에서 너무 솔직하게 답했는지, 바로 떨어졌습니다. 자대배치는 임의로 될 것 같습니다. 너무 큰 실수를 했네요. P.S.2 오늘 xx부대 면접 봤습니다. 결과는 내일 나옵니다.
00부대 설문조사에서 떨어지고 낙담했을 아들이 측은해 보이네요. 지금 더 좋은 부대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어떤 멘토링을 해 주어야 할 지, 이 편지를 통해 입대 첫 순간의 아들들 심정을 짐작하시면 답이 나옵니다. 다들 겪는 첫 과정이니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방심은 금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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