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의 연꽃밭 모습은 오늘 새벽 산책길에 찍은 사진입니다. 강물과 어우러진 7월의 신록이 싱그럽습니다. 이 곳은 서종면 문호리 문호천과 북한강이 만나는 늪지 입니다. 사진의 오른 쪽 상단으로 아련하게 보이는 운길산(수종사가 있는 산)이니, 그 앞쪽이 양수리와 팔당댐이 됩니다. 대충 어딘지 짐작이 가시겠지요. 아래 사진은 이 늪지를 끼고 도는 산책로이자 자전거 길입니다. 산책로 일대의 늪지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곳입니다. 주말에는 삼삼오오 낚시꾼들이 이 곳에서 망중한을 즐깁니다. 자,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이 있는 곳엔 항상 쓰레기가 발생하지요.
아래 사진은 쓰레기차가 들어가지 않는 곳에 모아진 쓰레기 더미입니다. 벌써 몇일째 이곳에 방치되어 있습니다. 아직은 쓰레기 더미 상태가 괜찮습니다. 이제 이 곳에 하나 둘 추가로 쓰레기 봉투가 더 많아지고 종량제 봉투에 들어 있지 않은채로 쓰레기들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위의 사진은 늪지 초입에 쌓인 쓰레기 입니다. 그런데, 늪지 안쪽으로 들어오면 낚시터 전체가 아주 깔끔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곳이 낚시꾼들이 더 많이 모이는 포인트 입니다. 그럼에도 쓰레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도 이 곳의 쓰레기를 줍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그 분이 이 낚시터의 관리인(?)입니다. 이 곳은 하천 부지라 주인이 없지만, 이 할머니께서 관리를 하면서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비밀은 바로 아래 간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쉼터참사랑이라는 낚시터 옆의 간이 매점입니다. 낚시꾼들에게 간단한 식사나 잡화를 판매합니다. 그렇다고 큰 매점도 아니고 그냥 가정집에서 겸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곳에 이사온지 20년이 되었습니다. 그 때도 이 어르신은 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이 어르신은 이 늪지를 홀로 점유(어떤 근거로 점유했는 지는 잘 모릅니다. 자전거길이 조성되기 전에는 이 곳이 울타리로 둘러 쌓여 있어서, 지나 갈 수가 없었습니다)하고 이 일을 했습니다.
오늘 인터넷에 올라있는 기사를 보니, 서울시가 쓰레기 매립장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고 합니다. 여기 서종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주에 서종면 사무소에서 부면장님과 쓰레기 문제해결에 대해 제 아이디어를 말씀드렸습니다 (이 블로그 환경리스크 게시판에 올려져 있는 바이오컨 처리방식). 면사무소에서 제 블로그를 자세히 스터디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더 깊은 논의가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바이어컨 프로젝트를 면단위에서 할 수는 없음)
서종면 쓰레기는 쓰레기차로 수거하여 양평군 지평면에 있는 매립장으로 실려가고, 일부는 이천 쓰레기 소각장으로 간다고 합니다. 양평군은 서울시 면적의 1.5배 입니다. 서종에서 지평까지는 멀고 먼 길입니다. 쓰레기 더미를 그 곳까지 이동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요즘 쓰레기가 부피가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분리수거 방식을 웬만한 사람을 제대로 따라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분리방식 오류 -> 수거 거부 -> 쓰레기 더미 쌓이기 -> 동네 민원 등의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돈을 많이 안들이고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세상에는 왕도가 없다고 합니다. 쓰레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컨버전스 대책이 필요합니다. 위의 낚시터 할머니 컨셉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전원지역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합니다. 그러니 서종면만 해도 대부분 도시지역으로 일하러 가고, 배드타운 역할 밖에 못합니다. 제주도의 올레길 경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삼성전자처럼 일류 대기업은 아니지만, 올레길 부근의 매점, 민박, 카페 등이 수 많은 지역 밀착형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일자리 창출형 대안경제가 발전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실행방안에 뽀족한 방책이 없습니다. 쓰레기 처리와 이런 대안 일자리 창출을 연결해 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쓰레기는 왜 쓰레기가 돼냐 하면, 이것 저것 분리가 안되어 섞여 있기 때문에 쓰레기입니다.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분리만 제대로 한다면 자원입니다. 서종면 쓰레기 중에서 가장 부피가 커서 골치가 되는 것의 순서를 보면, 스치로폼/플라스틱/비닐/유리병/종이/과일껍질 등입니다.
스치로폼, 플라스틱, 비닐은 이물질과 섞이지 않은 채로 모으면 고열량을 가진 연료 또는 그 자체가 재활용 자원입니다. 문제는 부피를 줄이고 매각할 만한 규모로 수집하는 일입니다. 서종면에는 19개 리가 있습니다. 문호4리 같은 곳은 인구가 많아서 여러 부락으로 나누어 집니다. 이 단위로 쓰레기 집하시설이 있는데, 이곳이 항상 불결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기에 스치로폼/플라스틱/비닐 압축기계를 설치합니다. 압축하면 부피가 대충 30%이하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압축된 쓰레기를 면 단위로 공동수집을 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고열량의 고체연료는 매각이 가능합니다. 플라스틱은 더 고가의 원료로 판로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기계를 설치하고 이것을 관리하는 사람을 마을 마다 둘려면 시설비와 인건비가 들어갑니다. 기계설치비용은 시작시점에서는 군의 지원금으로 하거나 리스로 하여 고정비를 최소화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 등은 고체연료를 팔아서 충당하면 됩니다. 서종면 19개 리에 최소한 20개 이상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초기 운영이 제대로 돌아간다면, 유리병도 백색유리와 유색유리를 분리하고, 종이도 수집하고, 점차 수익모델을 확대해 나가면, 20개의 아르바이트 일자기가 정규직 일자리로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서종면에서 이 모델이 성공한다면, 전원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우리나라도 대도시 보다는 전원생활이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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