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대부자, Lender of last resort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이런 뜻입니다. 예를들면, 은행들이 지불불능에 빠질 때 중앙은행이 주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합니다. 최근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법정에서 전 재경부 장관을 역임했던
1998년 독일 코메르쯔은행이 외환은행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그들은 1대 주주가 되길 원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행 등에서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지분 보다 약간 낮은 지분을 가지고 2대 주주로 만족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코메르쯔은행의 이런 보수적인 의사결정에 대해 의아해 했지요. 사실 1대 주주가 아니므로 행장을 선임할 수 잇는 권한도 없었고, 수석부행장과 몇 몇 직원을 파견하는 것으로 경영참여를 제한해야 했습니다.
제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들은 바로 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리스크를 부담하길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외환은행에 대한 출자는 코메르쯔은행으로서도 매우 큰 규모의 외국투자였고, 이 투자에 있어서 나름대로 최종대부자 역할을 하지 않기로 하며 리스크관리를 했던 것입니다. 만약 당시 코메르쯔가 1대 주주로서 당시 외환은행의 운명에 대한 최종의사결정을 했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 후 알려진 바와 같이 외환은행은 대우사태, 현대사태를 통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코메르쯔은행은 2차, 3차로 증자에 참여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항상 2대 주주로서의 제한적인 증자분만 참여하고 1대 주주의 역할을 한국정부가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코메르쯔은행은 2003년말 결국 당시 SK사태로 촉발될 추가 증자를 포기하고 론스타에게 지분을 넘기고 한국에서 철수하였습니다. 후에 외환은행의 경영상황이 개선되어 론스타만 배를 불리는 일이 벌어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판단일 뿐 입니다.
코메르쯔은행은 위의 외환은행 투자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철수했지만, 나름대로 리스크관리를 잘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다시 체력을 회복하고 독일 2위의 자리를 확고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수 십 년 동안 독일 2위의 자리를 지키던 드레스드너은행을 인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만약, 외환은행의 1대주주로서 최종대부자로서의 리스크를 더 안았더라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최근 9월 위기설의 진원지로서 금호, 두산 등 최근 대규모 M&A에 성공했던 대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중요한 전략적인 방편으로 인수를 통해 규모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뛰어 들었지만, 리스크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 지에 대해 투자자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전체를 위해서라도 이들이 이 위기를 잘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다시 한번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을 상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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