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리스크관리/기업리스크

한도관리의 위력

리스크맨 2008. 11. 17. 17:44

요즘 책의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한 파트인 운영리스크는 이 분야에 컨설팅 경험이 많은 후배에게 집필을 의뢰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 지 궁금합니다. 막상 기대한 output이 나오지 않으면 제가 짧은 시간에 다시 써야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다음은 리스크관리 컨셉 중, 한도관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리스크관리 기본컨셉은 다음 4가지 이다.

 

첫째, 리스크 마인드 갖기

둘째, 리스크 조직

셋째, 한도관리

넷째, 리스크 위주의 효율성 측정

 

앞 단락에서는 5%이하의 발생가능성에 대해 대비하는 '리스크 마인드 갖기' 와 리스크 자체관리와 통제를 구분하는 '리스크 조직'에 대해 알아 보았다.

 

본 단락에서는 한도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한도관리는 아주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한도란 조직단위에 주어진 최대한의 의사결정 범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필자가 금융기관에서 CRO로 활동할 때, 가장 유용한 수단이 바로 한도관리였다. 회사전체의 투자한도를 일정한 기준에 의해 개별 투자부서에 배분하고 이 한도를 제대로 준수하는 지를 항상 모니터링 한다.  

 

즉, 조직은 한도를 계획하고 (plan), 한도를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최적으로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do). 위험관리자는 이 과정을 모니터링 (see)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plan - do - see의 일반적인 경영활동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위험관리에서 한도관리의 범용성과 중요성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경영활동에서 한도관리는 주로 익스포져 위주로 이루어 졌다. 앞 절에서 이제는 익스포져가 아니라 위험량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 바 있다. 익스포져에 대한 한도관리 뿐 만 아니라 위험량에 대한 한도를 관리해야 하다는 점이다. 또한 한도관리의 대상이 재무적 계량적인 부문에 한정되지 않고 비재무위험 분야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태안의 원유유출사고를 기억하시지요? 1조원이 넘는 경제적인 손실 뿐 만 아니라 아름다운 태안반도에 수십년 넘게 생태계를 파괴하는 재앙이였으며, 수 만 명의 주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안타까운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영향을 미친 사고의 원인은 너무나 사소한 것이였습니다.

 

해상 크레인을 예인하는 바지선의 연결 와이어가 끊어진 것이 직접적인 원인입니다. 쇠줄이 왜 끊어 졌을까요? 쇠줄의 견인 한계수치 (한도)를 준수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학적으로 와이어의 인장능력 (한도)은 분명히 알 수 있으며 강풍 하에서 최대한 중력이 늘어나는 것도 예측 가능한 일입니다.

 

한도관리라는 개념은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 실패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바로 한도관리입니다. 실제로 기관투자자는 실패하지 않는데, 개인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한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주식투자의 실패란 재기 할 수 없을 만큼 손실을 입는 것을 말합니다.

 

주식투자에는 액면투자(Exposure라고 함)한도, 리스크량한도, 손실한도, 손절매한도 등 다양한 한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한도만 제대로 지킨다면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기관투자자는 리스크관리 조직에 의해 한도를 지키도록 감시하는 통제기구가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은 없지요. 그러니 실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IMF외환위기는 당시의 대기업들이 자신의 투자한도를 지키지 않아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대마불사라고 큰 기업을 망하지 않는다는 신화를 맹신하여 무분별하게 투자를 늘렸습니다. 그러다 기업운영이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급기야 이들 기업에 대출을 해 준 우리나라 은행들이 부실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은행들이 국내은행에 대한 '한도'를 줄이는 바람에 국내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고 말았습니다.

 

한도관리는 가장 간단하지만, 매우 강력한 리스크관리 컨셉입니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한도를 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운영하면 절대 패가망신할 일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공학적인 한도를 설정해 두고, 이 한도 내에서 운영하면 절대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건물을 설계할 때 설계자들이 주로 하는 일이 뭐냐 하면 바로 각 부위가 얼마만큼 하중을 견디는지를 계산하고 그 한도 내에서 부하를 주도록 하는 것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리스크가 높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자신의 순자산을 기준으로 최대한 감내가 가능한 손실한도를 정하고 해야 합니다. 태안 앞바다의 바지선이 쇠줄의 인장 한도를 잘 지켰다면 그 큰 비극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여러분 일상생활 주변에 이러한 한도의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한도를 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리스크를 인수하는 컨셉을 실행에 옮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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