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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사기를 당하는 이유 - 로 법칙

리스크맨 2008. 12. 17. 09:15

사람들이 금융사기를 입어 패가 망신하는 일이 흔히 일어납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개인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신용리스크관리'로 간주합니다. 대체로 금융다단계나 일반 상품의 다단계에 빠지는 경우, 또는 벤쳐투자의 허황된 환상에 빠져 몰빵 하는 경우, 펀드의 과거 수익률에 현혹되어 몰빵하는 경우 등등.

 

금융사기의 핵심은 바로 실현 불가능한 수익률에 대한 막연한 기대입니다. 더구나 사기꾼이 강력하게 입에 발린 소리를 하고, 실제 몇 개월이나 또는 그 이상 꾸준한 수익을 배당하는 경우 거의 백발백중으로 사기에 노출되고 맙니다.

 

최근 미국에서 기가 막힌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코스닥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한 메이도프라는 저명인사가 운영하는 펀드가 다단계금융사기였다는 것이 들러났습니다. 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규모도 놀랍지만, 스필버그라는 유명 영화감독, 자선단체, 심지어는 금융기관이 운영하는 펀드도 이 금융사기에 걸려 들었다는 것입니다.

 

메이도프 펀드는 매년 투자금의 10-11% 가량의 수익률을 거두었다고 배당을 해 왔는데, 결국 실상은 새로운 펀드를 받아 앞에 투자된 펀드의 수익률을 인위적으로 맞추어준 금융사기였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이런 사기를 경고해도 그래도 또 이런 류의 사기에 걸려듭니다. 유명인사도 전문가도 그 유혹에 걸려들었으니 일반 개인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미국 MIT교수이며 유명 헤지펀드 이론가인 앤드류 로 라는 사람이 '연속적인 투자 상관성' 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전월의 투자 수익 상황에 따라 그 다음달 거둬들이는 수익의 정도를 의미하는 개념입니다. 매달 똑같은 수준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이는 가장 완벽한 상관성을 지녔다고 보는 겁니다. 메이도프 금융사기단은 놀랍게도 수년간 매달, 매년 지속적으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작되었습니다. 변화무쌍한 금융시장과는 무관하게 비슷한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는 '수익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비현실적인 일이고, 투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경계했어야 한다는 결론을 로 법칙이라고 합니다.

 

프로야구에서 뛰어난 수위 타자라 할 지라도 홈런, 스트라이크 아웃을 번복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승엽선수라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거의 매번 타석에서 2루타를 쳐 냈다고 주장한다면, 비디오를 통해 이를 정밀 조사를 해 봐야 합니다. 그걸 그냥 믿어 버렸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로교수는 투자의 연속성인 상관성이 완벽하게 진행될 경우 펀드 메니저가 투자 상황을 왜곡 보고하거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로교수는 그간 헤지펀드 자료를 토대로 수익구조 패턴을 분석한 결과 펀드의 과도하고 지속적인 수익 창출은 투자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했거나 수익을 단순한 추측에 의존해 계산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펀드에 채권 등 안정적인 자산 뿐 만 아니라 변동성이 심한 주식과 같은 자산이 들어 있는데, 수익률이 일정하다면 의심을 해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강남의 귀족계도 사실 이와 비슷한 매카니즘이라고 보면 됩니다. 계원을 모으기 위해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고 그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아래 돌을 빼서 윗 돌을 메우는 식의 운영을 해오다, 금융시장이 조금만 삐걱거리면 지탱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로의 법칙을 염두에 두시고, 금융사기나 기타 사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신용리스크, 시장리스크를 잘 관리 하셔야 합니다. 천하의 스필버그도 당했으니 내가 당한 것이 그렇게 억울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는 자산의 아주 작은 일부를 투자 했을 것이고, 평범한 사람에게는 큰 타격을 입힐 자산규모를 금융사기의 희생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