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유기농이 매우 발달된 나라입니다. 사람들이 매우 비판적 (결코 나쁜 의미는 아닙니다)이고 논리적이라 그런지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는 독일인들입니다. 그리고 먹고 살만 하니 오래 전부터 의식주에 대해 인과관계를 매우 따지고 살아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유기농, 자연농법이 시도된 지도 무척 오래 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독일에서 오랜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있습니다. 사업가적이 능력이 아주 대단한 후배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역에서는 그 이름 석자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할 정도로 제법 성공을 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일회계법인에 해당하는 PWC 독일의 코리아 데스크 책임자로 있다가 독립해서 스스로 기업 세무, 회계, 컨설팅 회사를 차렸습니다. 그리고 평소의 끈질긴 노력과 비지니스 마인드로 이 회사를 탄탄하게 키웠습니다.
작년에 독일 지역에서는 유기농 상점으로 브랜드 가치 매우 높은 reformhaus라는 회사의 한국 독점권을 따서 한국으로 진출했습니다. 이 독일 회사는 철저한 품질관리로 유기농 제품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적인 브랜드입니다. 신뢰를 철저히 관리하는 독일인의 습성이 이 회사의 치밀한 브랜드 관리와 맞물러 독일어권에서는 아주 잘나가는 회사입니다. 이 컨셉을 한국에서 구현하기 위해 이 후배는 강남에 회사를 차리고, 파일롯트 shop를 열었습니다. 지난 일년간 준비 기간과 초기 런닝 타임을 거쳐 이제 회사로서 제법 모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어제 토요일 시간은 내서 이 곳을 방문하여 자세한 현황을 들었습니다. 유기농 식품이 건강에 꼭 필요한 인식은 이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유기농 식품은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철저히 품질이 보증되어야 합니다. 독일 reformhaus 인증 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최소한 5년 이상 이 브랜드의 기준 맞춘 관리가 이루어져야 비로서 채택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엄선된 재료를 또한 유기농 컨셉에 맞도록 가공하여 (당연히 첨가물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제공됩니다.
그런데, 이슈는 바로 가격입니다. 대부분의 수입제품이 긴 운송경로, 재고위험, 통관과 관련된 관세, 비용과 수속기간, 유통기간 내 판매가 되지 않을 경우의 폐기처분 등등 다양한 원가요소를 안고 있어서 독일 현지의 비용보다 오히려 비싼 가격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후배 reformhaus의 수익모델을 보면서 사업이라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개별 품목의 logistics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입니다. 좋은 식품을 먹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으므로 유럽에서 생산된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소비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지구온난화와 같은 이슈를 생각해 보면, 그 먼 거리를 운송해 와서 먹거리를 소비하는 체계 자체가 지속가능한 수익모델인지 의문을 가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 후배의 궁극적인 목표는 유럽의 엄격한 유기농 품질규격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좋은 유기농 제품에 적용하여, reformhaus 유럽에 수출하고 국내에도 활성화 시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훌륭한 벤쳐 농업기업들이 많이 있고 이들은 대부분 유기농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고추장, 된장, 매실, 도라지, 인삼 ... 등등 우리나라 만이 갖고 있는 좋은 농산품들을 유기농 규격에 맞도록 생산하여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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