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관리 리더쉽이 생각이 나서 아래 내용을 올립니다. 경어체가 아닌 집필 형식임을 감안하시고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ERM 리더쉽
최근 위기관리 능력이 CEO의 필수적인 역량의 하나라고 하는 이야기가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CEO는 리스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가인 CRO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는 리더쉽을 보여야 한다. 왜냐하면, CEO는 리스크 이외의 분야에 대한 직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결코 CEO가 CRO를 대신할 수 없는 분야이다.
국가적으로도 각종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통제할 필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 오해하지 말 것은 ‘리스크관리(Risk Self Management)’가 아니라 ‘리스크통제(Risk Control)’라는 의미의 바른 해석이다. 왜냐하면, 리스크관리는 항상 하고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이 아니며, 단지 리스크통제 기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자체관리와 통제의 구분이 금방 느껴지지 않는 독자는 리스크관리 기본컨셉을 숙독하시기 바란다. ERM 기본컨셉은 파트 3에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 종교지도자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 대통령제는 단 1%만 이겨도 100%의 권력을 독점하는 제도의 문제와, 대통령은 왕이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강한 사람의 문제가 있다. 제도와 사람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승자 독식사회다. 강한 리더쉽이 일사 분란한 업무 추진과 같은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이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글로벌화된 사회(울리히 벡 교수의 개념을 빌리면 위험사회라고 할 수 있다)에서 개발독재 시기와 같은 상명하달식의 리더쉽은 부작용이 더 많다. 나아가 이 폐단은 조직의 지속성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왜냐하면, 위험사회의 복잡한 속성 아래서 웬만한 규모의 조직이라면 그 운명에 영향을 주는 모든 의사결정을 CEO 한 인간의 지적 능력에 맡기는 것은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전 우리나라 대기업은 총수 일인의 일사 분란한 리더쉽에 의존하고 있었다. 전문경영인은 재벌총수의 머슴에 불과했다. 우리 경제는 이미 그 이전에 비해 급격히 성장한 경제 규모와 글로벌화로 증가한 변동성으로 리스크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었다. 외환위기는 이러한 리스크를 제대로 통제할 수 있는 지배구조의 부재에서 비롯된 인재(人災)였다. 그 후 금융감독기관에서 은행을 필두로 도입을 권고한 지배구조 개선은 이와 연관이 깊다. 이제 대부분의 상장회사는 이사회가 경영진에게 영향을 미치는 소위 ‘통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집행기구의 지배구조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 아직 부족하다. 과중한 권한과 책임이 대표이사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경영위원회와 같은 집행임원의 의사결정기구가 미비 되어 있는 조직이 많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M사는 ‘동의하지 않을 의무 (Obligation to dissent 이하 OTD라 함)’를 기업 핵심가치의 하나로 삼고 있다. OTD는 모든 임직원이 직급에 상관없이 자신이 맡은 과제를 수행할 때 팀의 방향이나 다른 팀원의 의견이 자신이 생각하는 해결방향과 다를 때 그 생각을 반드시 표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의를 제기할 시에는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M사의 OTD는 한편으로는 직급위주(hierarchy)가 아닌 성과위주(meritocracy)를 천명하는 가치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항상 고객에게 최선의 대안을 제시한다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즉, 자신의 분석 결과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상사의 방향과 다르다고 해서 반대의견을 말하지 않는다면 결국 고객에게 최선의 해결방안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회사의 핵심가치를 어긴 것이 된다는 의미다.
이 회사의 경험에 의하면, 다른 능력면에서는 매우 우수한 한국출신 남자지원자들이 이 회사의 입사 Assessment 과정에서 바로 이 OTD 테스트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여 입사시험에서 고배를 마시는 예가 적지 않다고 한다. 국내 학교생활 나아가 병역의무를 거치면서 절대복종이 몸에 깊이 베인 습성으로 인해 교묘하게 만들어진 OTD 테스트 상황에서 실체를 드러내고 만다고 한다.
독일철학자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은 "말하여질 수 있는 것은 뭐든지 확실히 말해져야 한다" 라는 말을 했다. 30여 년 전 필자가 처음 대면한 유럽사회는 산성비로 대변되는 환경문제와 진전이 신통찮은 유럽통합 이슈로 저물어 가는 대륙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재 유럽은 환경과 결속을 이루고 새로운 세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저력은 바로 모든 문제를 드러내놓고 비판할 수 있는 개방성에 있다. 유럽은 앞으로도 수 많은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의 명언을 따라 가능한 비판의 자유가 허용되는 한, 유럽은 언제나 자신들의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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