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길동이에게,
작년 10월에 입대하고 거의 3개월 만에 집에 돌아와 편히 쉬는 모습을 보고 아빠 마음이 무척 흐뭇했단다. 네가 기숙사에 있거나 외국에서 공부할 때, 방학에 집에 와서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더구나. 엄마는 잘 실감을 하지 못하지만, 아빠는 군대생활 하면서 집에서 느끼는 안온함을 잘 알지. 그리고 네 형이 말했듯이 군생활은 그 이전까지의 단체생활과는 전혀 다른 체험이란다. 그것은 국방의 의무를 다 해야 하고 나라에서 의식주를 해결해 주는 군인이라는 특별한 신분 때문이다.
아빠 엄마도 너와 함께 보낸 이번 주말을 오래오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이다. 부대 수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뻥튀기 과자를 사서 맛 있게 먹고, 팔당의 뜨란채에서 한우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연신 맛 있다고 하던 네 모습에 엄마 아빠도 아주 기분이 좋았어. 오늘 아침에 아빠가 직접 구운 아빠표 피자, 통감자 구이, 아빠표 우리밀 빵, 그리고 향긋한 핸드 드립 커피로 차린 아침식탁을 네가 다음 휴가까지 잘 기억하길 바란다. 식구(食口)란 함께 밥을 먹는 입이란 뜻이니, 3개월 만에 너와 함께 다시 식구가 된 느낌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오늘 너와 전철역에서 헤어지면서 아빠가 말했듯이 단 하루지만 면회외박을 가질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겠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소모했던 체력과 정신력을 보충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부대 재적응에 대한 약간의 심적 장애만 넘는다면, 너의 심리상태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아빠는 확신한단다. 그리고 편지나 전화로 메울 수 없었던 가족과의 갭을 보완하는 중요한 시간이 되고, 이런 가족간의 심적 회복이 부대생활에 다시 활력소가 될 것이다.
방금 무사히 귀대했다는 네 전화를 받고 아빠는 네가 면회 후유증을 잘 극복할 것으로 믿는다. 너의 하루 동안의 꿈 같은 면회외박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잘 간직되었으면 좋겠다. 자칫 외박으로 풀어진 긴장과 다시 시작되는 병영생활이 네 마음 속에 갈등 요소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끔 휴가나 외박을 나갔던 사병들이 부대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있기도 하단다. 아빠의 경험에 의하면, 첫 휴가 귀대 후 약간의 심적 부조화가 있기도 했다낟.
그러나 이런 내면의 충돌은 네가 약간의 의지만 가지면 쉽게 극복할 수 있단다. 맛 있는 음식을 조금 더 먹으려는 욕구, 잠을 좀 더 자려는 욕구와 같이 그저 네 맘 속의 작은 갈등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거라. 물론, 이번은 외박이 처음이라 다소 적응하는 힘이 필요하겠고 앞으로도 한 두 번 더 ‘숙련과정’의 허들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넘어서 외박, 휴가를 앞으로 여러 차례 치르다 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지게 될 것이다.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놀라운 힘이 있으니 말이다.
이제 곧 혹한기 훈련이 너를 기다리고 있구나. 혹한기 훈련의 목적은 너희 부대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방어와 공격능력을 혹한상황 하에서도 적절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훈련이란다. 추위와의 싸움이므로 보온대책을 잘 해야 한단다. 겨울등산처럼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는 것이 좋고, 땀에 젖은 피복은 자주 말려서 항상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 발은 추위에 가장 취약한 신체부위이므로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많이 움직여 주고, 적은 양말을 자주 갈아 신어서 전투화 내부를 건조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텐트를 설치할 때에는 바람이 스며들지 않도록 틈을 최대한 막고, 바닥에는 비닐, 두꺼운 천, 마른 풀 같은 것을 깔아 습기와 한기를 막아야 한단다. 아빠는 시골에서 전쟁놀음을 해봐서 잘 알아. 선임들이 잘 알려 주겠지만, 일년에 단 한 번 하는 훈련이라 경험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니, 네가 이런 기본적인 사항을 숙지하면 도움이 될 거다.
오늘 아침에 보니 네 발이 무좀이 생겨서 상태가 안 좋았어. 아빠가 사준 무좀약을 아침에 양말 신기 전에 한 번, 그리고 저녁에 발을 씻고 나서 한 번 등 꼭 두 서너 번 바르면서 한 동안 관리해 주어야 한다. 완치는 나중에 휴가 나오면 피부과에 가서 처방을 받아 하도록 하겠지만, 그 때까지 더 악화되지 않도록 꼭 신경 써서 관리해라. 자기 몸 하나 건강하게 간수하는 것도 어른으로의 독립성이라고 생각하거라. 혹한기 훈련을 건강하게 마치길 기도하마. 안녕! 2011년 1월 23일 사랑하는 아빠
'개인 멘토링 > 군대 리스크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편한 군대생활 리스크관리 방법 (0) | 2011.01.31 |
---|---|
일병아들 멘토링 - 스크랩 활용 (0) | 2011.01.26 |
제강공명이 남긴 3개의 주머니 (0) | 2011.01.21 |
새클턴의 리더쉽 (0) | 2011.01.20 |
감사표현과 행복연습 (0) | 2011.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