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공연장에서 환풍기가 무너져 내리면서 어이없게도 14명이 사망했습니다. 사실 길거리의 여러 가지 리스크 요소들은 급박한 도시화 과정의 부산물입니다. 짧은 시기에 도시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미쳐 충분한 안전체계가 세워지지 않았고, 그대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번 일본 여행 후 에어컨 실외기 설치나 상가밀집지역 뒷골목의 정리체계 등을 비교해 봤는데, 환풍기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환풍기 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두 가지 딜레마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첫째 지상 5m 정도 높일 경우 도시에 수없이 많은 환풍기가 흉물이 될 가능성입니다. 일본은 이를 녹지라든가 집중화 등으로 딜레마를 해결한 것이 사진에 보입니다. 둘째는 환풍기가 돌출되면 주변 상가와 충돌이 생긴다고 합니다. 상가 앞을 가리게 되거나 광고판을 방해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원인은 모두 피상적일 뿐이며 우리나라 사회체계에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뭘 하나 지어도 100년을 내다보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급하게 달려 왔습니다. 지금 좀 천천히 가자고 하니 안된다고 합니다. 질과 양을 따질 때 어떤 한 쪽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인데, 여전히 양의 중요성을 버리지 못합니다.
도시집중화를 막기 위해 정부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각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초유의 조치를 취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습니다. 중앙집권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도시 집중을 완화해야 합니다. 전원생활의 확대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도시탈출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수 천명의 학생이 있던 종로나 도심지역의 초등학교는 모두 미니 학교가 되었습니다.
제가 살던 독일 프랑크푸르트는 거주 인구는 69만명에서 거의 증가하지 않습니다. 인근 중소도시가 동서남북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프랑크푸르트로 출퇴근합니다. 유럽 금융과 상업은 중심지인 이 도시의 생활인구는 200만명 정도라고 합니다. 서울처럼 천만명이 살지 않아도 도시가 얼마든지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요즘 컨설팅하고 있는 한 기업은 지방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충남으로 이전했는데 직원들의 삶의 질이 매우 높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넓직한 피트니스 센터에 각 직원의 공간이 아주 넓고 도서관, 카페 같은 편의시설도 여유가 있습니다. 조카가 일하는 시중은행의 전산센터가 일산으로 옮긴다고 합니다. 이런 분산 현상은 아주 좋은 징조입니다.
도시의 집중화를 분산정책으로 완화하고 구성원의 삶의 질을 적절한 비용으로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달리 도심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사고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위험사회의 원인이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환풍기 사고였습니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글에서 유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을 했었습니다. 틀렸으면 좋으련만, 이 불길한 예측은 계속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회체계로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립니다. 우선 급한대로 각 조직이, 각 기업이, 각 가정이, 각 개인이 스스로 리스크관리를 해야 합니다. 리스크에 대해 민감해 지시기 바랍니다. 리스크관리 방법은 이 블로그의 다른 게시판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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