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시간에 길을 가다가 인근 자산운용사에서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요즘 금융가의 화두는 단연 미국 금융위기 입니다. 자산운용사도 편치 않은 모양입니다.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고, 제 전문분야인 리스크관리가 더욱 각광을 받게 되었다고 관심을 보였습니다.
지난 몇 주간 미국의 금융위기를 보면서 저는 사실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큰 투자은행이 하루 아침에 허망하게 파산하고, 직원들이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나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말입니다. 도대체 리스크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자신들이 망해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요. 리만 브라더스의 경우, 뉴욕 본사 뿐 만 아니라 도쿄, 런던, 프랑크푸르트 등 대규모 현지법인 있는 곳에서도 파산선고가 내려 졌습니다. 서울에 있는 리만의 지점과 현지법인도 마찬가지로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에 근무한다는 프라이드는 깡그리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미국 투자은행은 상업은행과는 달리 연방준비위(FRB)가 아닌 증원위원회 (SEC)의 감독 아래 있습니다. 오늘 뉴스에 의하면, 빅 5 중에 아직 명맥이 있는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가 지주사를 만들어서 FRB의 감독을 받게 되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동안 규제를 덜 받는 쪽에 있다가 지원이 아쉬우니 규제를 받더라도 보호막 안으로 들어 왔다고나 할까요.
여러 가지 원인을 제시하고 있지만, 저는 리스크관리의 실패라고 말 할 수 밖에 없다고 보여 집니다.
리스크관리의 기본 컨셉은
(1) 5% 이하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대비;
(2) 리스크자체관리와 통제의 구분 (지배구조);
(3) 한도관리;
(4) 리스크를 감안한 성과 관리;
(5) 리스크에 대한 헷지 입니다.
리만 브라더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을 너무 많이 보유했다가, 미국 주택버블이 현실화 되면서 부실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부실이 발생하는 것을 항상 막을 수는 없지만, 이 정도가 자신을 파산으로 몰아 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는 것은 (3)의 한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미국 투자은행의 CEO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습니다. 반면에 독일 은행의 CEO는 연봉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과연 리스크를 감안한 성과관리가 제대로 되었다면, 그러한 천문학적인 연봉을 줄 수 있는지가 의문시 됩니다. 미국 투자은행은 CEO 뿐 만 아니라 직원들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봉급을 받는데, 이들 또한 성과 관리에 있어서 리스크 요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지배구조에 관한 것입니다. 미국 투자은행의 CEO들은 막강한 권한을 소유하고 있어서 CRO (최고리스크관리자)가 있었더라도 제 목소리를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상업은행도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상업은행의 경우는 FRB의 리스크 규제가 있으므로 CEO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CRO의 영역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기관의 리스크관리 규제가 허술 할 때는 CEO의 권한이 무소불위 이지만 감독기관이 제대로 된 리스크관리 규제를 작동시키면 CRO의 권한이 무시되는 경우가 덜 합니다.
이번 미국 투자은행의 부실화는 많은 교훈을 가져다 줍니다. 이를 명심하면 다른 사람의 실패 경험으로부터 나의 실패를 방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를 리스크관리에서는 실패사례의 관리라고 합니다. 앞으로 수 많은 교훈 사례가 이번 미국의 금융위기에서 밝혀져 메니지먼트 사례로 연구될 것입니다.
'Social Risk > 국가리스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외환위기가 진정될까? (0) | 2008.10.13 |
---|---|
신뢰와 사회 비용 (0) | 2008.10.10 |
Post 올림픽과 차이나 리스크 (0) | 2008.08.26 |
국가 리스크와 베트남 (0) | 2008.05.29 |
샨샤댐의 교훈과 인간의 한계 (0) | 2008.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