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멘토링/20대 멘토링

청년장교의 진로에 관한 멘토링

리스크맨 2009. 8. 29. 12:13

몇 일 전에 흥미로운 메일을 한 통 받았습니다. 짜증나는 무더위를 순식간에 날려 버릴 신선함 같은 기분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전역을 앞둔 한 청년장교가 보내온 메일입니다. 자신의 진로를 CRO (Chief Risk Officer) 분야로 하고 싶은 데 멘토링을 청하는 내용입니다. 2007년 제가 쓴 책을 읽고 당시에 느꼈던 독서메모를 보내왔는데 젊은 나이에 아주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어서 매우 마음이 끌렸습니다.

 

어제 서울시 리스크관리 시스템 자문위원회를 마치고 덕수궁 옆에 있는 시청 별관 내에 있는 english cafe에서 첫 멘토링 시간을 가졌습니다. 함께 서울시 자문위원을 하고 있는 국가위기관리 전문가 한 분을 멘티에게 소개 시켜 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 시간과 장소를 택했습니다. 아무래도 공공부문의 위기관리에 대한 공통점이 있어서 이 분야에 관해서는 저보다 더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전에 메일을 통해서 멘티의 SWOT분석과 비전 목표에 대한 분석내용을 공유했습니다. 멘티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좀 더 심도 있게 멘토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멘티는 27세의 젊은 나이지만 이미 학사자격과 군 장교 복무 경험을 가졌고 또 외국에 1년간 파병을 다녀온 소중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 동안 미래 준비를 위해 적지 않은 재정적인 여유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유학 쪽으로, 특히 CRO 캐리어 패스를 할 수 있는 분야로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유럽 쪽의 대학원 과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우선 두어시간의 미팅을 통해 상세한 멘티의 현재 상황과 앞으로의 목표를 감안하여 권유한 내용은 멘티의 기대와는 좀 다른 것이였습니다. 멘티는 곧 바로 외국유학을 생각하고 있었지만, 저는 일단 국내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는 직장에 취직 하는 것도 완전히 배제하지 말라고 권유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현대 지식 전문사회의 속성과 공부의 효율성 측면을 고려하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일류 직장이라면 좋은 인재를 스스로 양성하고 또 Keep 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전문지식을 병행해서 OJT (Job on the training)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군 생활을 하느라고 사회를 떠나 있었기 때문에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좀 더 명확히 경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부 만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려는 것은 자칫 해변가에서 바늘을 찾는 우를 범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것은 오늘 날 배움이라는 것은 반드시 오프 라인 대학원이 아니라도 다른 채널도 많이 있습니다.

 

유학의 기회도 다양하게 주어 집니다. 예를 들면, 지난 12월에 제가 상해 출장에서 상해에 있는 유럽-중국 MBA를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출장길 통역을 담당했던 여학생은 맥킨지에서 유학을 보내 준 케이스였습니다. 공부를 마치면 다시 맥킨지로 복귀하게 되어 있고 학업에 대한 모든 지원은 회사에서 해 주고 있었습니다. 요즘 이런 회사가 많이 있습니다. 본인이 그런 역량의 인재인가가 중요합니다.

 

물론 요즘처럼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상황에서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과 경험, 그리고 지식을 차별화하여 제대로 어필한다면 불가능한 것을 아니라는 판단이 듭니다. 한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점을 멘티에게 강조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너무 보수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멘티의 경우도 제가 보기에는 아주 뛰어난 자질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몇 번의 좌절 때문에 (군에서의 유학 선발 등) 자신의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같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이 점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등 입사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인생설계와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시간 및 재정 자원을 소중하게 다룰 필요성 때문입니다. 멘티는 젊은 나이에 스스로의 힘으로 얼마간 재정적인 자산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삶이란 궁극적으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자유'를 얻는 것입니다. 이 자유에는 재정적인 자유, 정신적인 자유 등이 속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적 생활을 할 수 있는 독립성의 확보입니다. 지금까지 어렵게 저금한 돈을 해외 유학을 하기 위해 써 버린다면 졸업 후에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됩니다. 그 때는 나이도 있고 또 가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해외에서 유학을 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해외 유학을 해 보지 않으면 막연한 기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정보와 지식의 공간적 제한이 사라진 세상에서 큰 재정적인 비용과 시간적 자원을 all in 해서 꼭 유학을 가야 한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꼭 집고 넘어가야 할 사항입니다. 아직 교육과정에 있는 어린 학생이라면 물론 다릅니다. 그리고 꼭 유학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직장에 가서 직장에서 지원을 받는 것도 고려해 보라는 점입니다.

 

노후설계를 위해서는 한 살이라도 젊어서 노후설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0세 이전에 어느 정도의 재원을 노후설계에 활용할 수 있다면, 이 젊은이는 이미 노후설계를 마친 것과 같습니다. 지금 일억원이 은퇴 시기인 65세에 얼마의 가치가 될까요? 거치식으로 연간 7%의 금리로 35년간 복리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이 돈은 10억 6700만원이 됩니다. 물가상승률을 일부 감안 하더라도 이미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지적생활을 할 수 있는' 재정적인 자유를 얻은 셈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이미 쌓고 있는 개인연금가지 고려 한다면, 엄청난 추가적인 재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장수시대에 자신의 개발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 효율성을 철저하게 따지고 나서 가장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자 그렇다면 이 멘티는 현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주문했습니다.

 

우선,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기 위해 'CRO 캐리어를 위한 의사결정나무' (제 책 177페이지에 상세히 설명되어 있음)를 작성하여 어떤 과정이 가장 효율성이 높은 지를 가려 내는 작업을 하라고 했습니다. 목표: CRO 캐리어 패스 -> 1단계 취업 또는 대학원 진학 -> 2단계 취업의 경우 '국내 기업 또는 외국기업', 2단계 대학원 진학의 경우 '국내 대학원 진학 또는 해외 대학원 진학' -> 3단계 1번: 국내기업취업의 경우 업종 등...   3단계 2번: 외국기업의 경우 업종 등... 3단계 3번 국내대학원 진학의 경우 학과/대학 등 3단계 4번 해외 대학원 진학의 경우 유럽 or 미국 or 일본 or 싱가폴 등  ....

 

둘째, 어떤 경우라도 현재 시점에서 해야 할 사항을 점검하여 시간 때문에 기회를 놓지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금년 9월부터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지금 자기소개서나 회사 선정 등 취업 준비 작업을 해야 합니다. 해외 유학의 경우라도 토풀 준비, 입학허가서 신청 준비가 필요합니다. 유럽의 경우 내년 4월 학기의 입학지원서 제출 마감은 2010년 1월 중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지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더 유리 합니다. 내년 10월 학기의 마감기일은 2010년 7월 15일 입니다.

 

멘티를 만난 제 첫 인상은 아주 대견한 젊은이라는 점입니다. 그 나이에 그 많은 경험과 또 건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분명한 비전 또한 굳게 서 있었습니다. 제가 취업을 권유하니깐 매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모두가 한결같이 외국유학을 젊어서 꼭 하라는 자문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모든 정황을 참고하여 잘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저자를 찾아 멘토링을 구한 용기 있고 식견이 있는 젊은이라면 벌써 자신의 삶의 승리자가 되었다고 봅니다. 이 젊은이의 전도에 무한한 축복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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