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관리 분야에 고전이 몇 권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예일대 로버트 쉴러 교수가 쓴 책 '새로운 금융질서 21세기의 리스크' 라는 책입니다. 2003년 출간 당시에 파이낸셜 타임스 선정 올해의 베스트 비즈니스 북에 선정되기도 했던 책입니다.
리스크관리는 초기의 통제 위주의 내용에서 발전해서 기업의 수익모델로서의 리스크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저의 평소의 지론입니다. 이 책은 리스크가 각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예 (어떤 것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를 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서재 꼿아 두고 자주 읽어 보곤 합니다. 제겐 이 책이 고전인 셈입니다. 책이란 자꾸 읽다 보면,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칠 맛을 얻곤 합니다.
2008년 미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도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는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했던 파생상품이 부실화 되면서 발생했습니다. 파생상품 시장이 많이 죽어 버렸습니다. 작년의 위기에서 살아남은 세계적인 투자금융회사들로서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 2년 전에 한국경제에 New Business를 소개하는 기사 박스에 생명보험 가입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그저 아 이런 상품도 가능하겠구나 하는 흥미로운 내용으로 지나쳤습니다. 파생상품은 모든 미래 가치를 기초자산으로 할 수 있습니다.
요즘 미국에서 바로 이 생명보험 파생상품이 월가의 새 노다지로 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상품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예를 들어 봅시다. 72세의 남성이 보험료 연 5만달러를 지불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해 있습니다. 사망시에 보험금은 2백만 달러입니다. 이 가입자가 보험을 해약하면 해약금 5만8000달러를 받습니다. 월가의 투자금융회사가 대행사를 통해 이 보험을 21만5000달러에 사들입니다.
그리고 투자금융사 (이를 보험증권화 회사라고 함)는 사들인 보험료를 대신 내줍니다. 매년 5만불씩 보험료를 내 주는 겁니다. 보험가입자가 일찍 죽을 수록 보험증권화 회사는 수익을 많이 남깁니다. 오래도록 산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리스크가 수익모델이 된 셈입니다.
이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 하는가가 바로 면밀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보험수학이 원래 매우 정교합니다. 리스크관리에는 분산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합니다. 즉, 유사한 수백 수천개의 보험계약을 한 바구니에 넣어서 상품을 만들면, 기대값과 비예상위험값은 어떤 범위 안에서 높은 확률 (99% 또는 95%)로 계산이 가능해 집니다. 사람은 모두 특징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결국 수명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분산의 특징을 이용한 상품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상품이 언제 등장할 지는 모르겠지만, 그 토양은 아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2009년 4월부터 시행된 자본시장통합법에 의하면 그 동안 주가, 금리, 환율, 일부 금속가격 만을 기초자산으로 인정했던 규제가 완화 되었습니다. 그 말은 날씨나 돼지고기 가격, 생명보험 계약 등 모든 미래 가치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상품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주춤하고 있지만, 자통법의 취지는 그대로 남아 있으니, 모든 기업이 리스크를 수익모델로 하는 다양한 거래가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는 법률보험도 충분한 분산과 리스크 전가만 가능하다면 보험회사가 취급할 수 있을 겁니다. 법률보험을 저는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일과 한국에서는 경험 때문입니다. 독일에서 법률보험의 덕을 톡톡히 봤는데, 한국에서는 송사에 휘말려서 엄청 맘 고생을 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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