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뉴질랜드 여행

뉴질랜드 골프장

리스크맨 2009. 10. 5. 17:30

골프장이 없었다면 그 많은 골프광들이 뭘하고 지냈을까 참 궁금합니다. 도시생활을 콘크리트 숲속에서 하다 보니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녹색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녹색을 맘껏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골프장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 관계로 골프를 20여년 전에 독일에서 시작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골프 치는 것은 꼭 계륵과 같은 것입니다. 이유인 즉은 안 치려니 가끔 골프를 쳐야하는 상황이 오면 피하기가 어렵고, 규칙적으로 치자니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골프라는 운동은 워낙 예민해서 조금만 연습을 소홀히 하면 금방 망가집니다. 그래서 늘 시간을 내서 연습을 해 줘야 하는 그런 운동입니다. 서울에서는 우선 골프장이 멀기도 하고 한번 다녀 오려면 하루가 다 허비되니 자주 할 수도 없으니 계륵이라는 것입니다.

 

골프는 원래 서양에서 시작된 레저인데, 일본과 한국에서 아주 사치한 운동이 되어 버렸습니다. 일본은 이미 오래 전에 사치세금도 없어지고 많이 지은 골프장이 모두 망하는 바람에 대중운동이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나라도 서울 인근지역을 제외하고는 특소세가 없어지긴 했지만, 아직 비용이 많이 드는 레저입니다.

 

뉴질랜드는 골프장이 400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비용도 오클랜드에서 가까운 곳을 제외하면 매우 저렴해서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산책삼아 늘 하는 운동에 속합니다. 오늘 오클랜드 시 외곽에 있는 한 골프장을 다녀 왔습니다. 아주 서민적인 골프장이지만 코스 관리는 잘 하고 있는 곳입니다. 연회원은 약 700불 (한화로 약 60만원 정도)을 내면 일년 내내 추가 비용없이 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서민레저 활동입니다. 캐드도 없고 그저 자기가 골프채를 끌고 다니면 됩니다.

 

아래 래드 우드 공원 골프장은 코스 관리가 아주 질 되어 있는 클럽입니다. 프로샾도 없고 부킹 관리는 회원들 중에 시간있는 사람들이 돌아가면 합니다. 월-목요일까지는 18홀을 도는데 25불(뉴질랜드 달러)입니다. 대충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3000원 정도됩니다. 이 만한 돈으로 4시간을 취미생활 한다면 아주 서민적인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첫 홀의 티박스 모습인데, 나무 키가 이 골프장의 역사를 말해 주는 듯 합니다. 보통 코스 관리는 페어웨이는 관리 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관리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그린은 전문회사에 관리를 맡긴다고 합니다. 수 십명이상이 코스관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국 골프장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겨울이 영하로 내려가지 않고 또 워낙 잔듸 종류의 풀이 잘 자라는 기후라 코스 관리가 쉽습니다. 그리고 기계로 잔듸를 깍고 나무를 손질하는 것 정도는 한 두명의 일꾼이면 충분합니다. 그런 골프장 치고는 아주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 8시경인데 동네 할아버지들이 4명 멤버를 짜서 막 티샷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매일 골프를 치니 거리는 짧아도 아주 정확하게 공을 잘 칩니다. 특히 가까운 거리에서 깃대에 붙이는 것은 정말 잘 합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산책을 하는 정도로 여깁니다. 클럽 운영은 멤버 위주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행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야말로 사교클럽의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아침 골프장은 청동오리들이 먹을 것이 많습니다. 어미 오리가 새끼오리를 거느리고 아침산책 겸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캐디나 전동차 없이 이렇게 골프백을 지고 다닙니다. 이렇게 18홀을 돌고 나면 25리 정도 걷게 되니 골프가 결코 쉬운 운동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후반전이 되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도 합니다. 그늘집도 없으니 사과나 오렌지, 그리고 간단한 빵을 싸가지고 다녀야 굶지 않습니다.

 

골프장은 주택가의 한 귀퉁이에 있어서 골프텔이 아닌 개인주택이 페어웨이 가까이에 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이런 집이 더 가격이 높다고 합니다. 골프장 페어웨이를 정원처럼 바라 볼 수 있고, 아침 저녁으로 골프장 문을 닫으면 산책도 할 수 있으니 그 만한 가치가 있을 겁니다. 잔듸가 겨울에도 잘 자라고 파란 색을 유지하니 특별히 농약을 많이 뿌릴 필요도 없습니다.

 

아래 집은 골프장에 바짝 붙어 있는데, 안전을 위해 팻말에는 어린이는 골프장에 출입하지 말라는 경고가 붙어 있습니다. 초보자가 공을 치면 이 집의 유리창을 손상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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