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전원생활

시베리안 허스키가 앗아간 달걀의 행복

리스크맨 2009. 12. 5. 18:03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아침식사를 잡곡빵으로 대신하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가끔 삶은 달걀을 겻들이면 횡재한 날입니다. 시골에 내려와서 집에서 기르는 암탉이 낳아주는 유정란을 아침식탁에 올리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슈퍼에서 사는 달걀에 비하면 신선하기도 하고 고소한 맛이 아주 진합니다. 옆집에 함께 사는 동생네가 지난 여름부터 기른 닭이 이제 막 산란을 시작해서 저는 덩달아 그런 호사를 누렸습니다.

 

전원생활을 하는 집은 대충 개를 한 두 마리 키웁니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동생이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와 애완견을 한 마리 키웁니다. 주먹 만 하던 허스키 강아지가 이제는 어른을 힘으로 이길 만큼 큰 개가 되었는데, 어찌나 힘이 센지 가끔 줄을 끊고 나다니기도 합니다. 사고는 몇일전에 일어났습니다. 전에도 한번 병아리를 물어 죽인 적이 있는데, 이날 줄을 푼 허스키가 산으로 마실을 갔습니다. 제가 서울가고 동생도 집을 비웠으니 이 녀석을 제압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녁에 집에 돌아온 이 녀석이 닭장에 들어가 닭 3마리를 물어 죽였습니다. 그 중에 토종닭 한 마리는 매일 달걀을 한 개 씩 충실하게 낳아 애지중지 하던 닭도 그 희생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암탉 두 마리이 이 사고를 피했는데, 한 녀석은 결사적으로 탈출했다가 다음날 아침에 되돌아 왔고, 다른 한 녀석은 허스키가 미쳐 물지를 못했습니다.

 

개 관리와 관련한 위험관리를 제대로 못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소 잃고 외장간 고친다고 하더니만, 제가 이제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했습니다. 우선 쇠줄 목거리를 두 개로 늘리고, 목거리가 풀리더라도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출입문을 봉쇄했습니다. 동생은 늘 말 하기를 출입문을 봉쇄해도 땅을 파고 나온다고 하면서 이중장치의 무용론을 폈습니다. 제 의견은 이랬습니다. "이중으로 장치를 하면 목의 줄이 풀리더라도 땅을 파고 개집 밖으로 나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최소한 가끔 모니터링만 해도, 하나의 통제조치가 해제된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사고 (event)를 막을 수 있다."

 

전원생활을 하다 보면 아파트 등 집단주거시설에 살 때 보다 이런저런 사고에 노출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이중으로 안전장치를 하는 조심성이 더욱 필요합니다.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누리는 댓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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