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리스크관리/기업리스크

거버넌스와 진실

리스크맨 2014. 4. 28. 12:12

세월호 참사를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온통 엉망진창인 것 같습니다. 사실이기도 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사황에서 이르기는 하지만, 이번 희생이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잊지말고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리스크관리에서는 이것을 손실데이터관리라고 합니다. 만약 우리 사회가 그런 학습능력이 없다면 희망이 없습니다. 대충 덮어 버릴 생각일랑 하지 말고 철저한 후속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1980년대 유학 초기에 느꼈던 병든 유럽사회가 삶의 질이 높은 사회로 발전된 이유는 바로 '진실(fact)' 관리체계입니다. 잘못된 것을 들추어내고 바꾸어 나가는 사회운영체계입니다.

 

이글에서는 평판리스크관리에 대한 실마리로 거버넌스와 진실이라는 이야기를 풀어 보고자 합니다. 이미 많은 '좋은 기업'들이 실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엉터리 기업 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앞의 글에서 페텍스의 동영상 파문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유사한 사례는 많이 있었습니다. 도미노 피자의 조리사 동영상 파문, 작년 우리나라에서 식품회사의 대리점주의 동영상 파문 등입니다. 앞으로 이런 사례는 점차 일상화 될 것입니다. 2-3년 사이에 SNS가 확산되면서 제기되는 이슈입니다. 미래학자들에 의하면 구글은 머지 않아 전 세계에 무료인터넷을 공급할 것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뉴스에서 구글이 태양열 에너지를 이용하는 무인항공기 개발회사를 인수했다고 합니다. 이 무인항공기는 2년 이상 공중에 떠 있으며 무선통신에 이용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술적으로 인터넷 전송이 어려웠던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정치적 권력에 의해 인터넷이 차단된 북한에서도 누구나 무료로 인터넷이나 스마트 폰 SNS을 이용하는 시대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아래 도표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3가지 기반(Tripple Buttom line of Sustainable Management)에 모델입니다. 이 가운데 사회적 리스크를 보십시요. 다섯번째에 이해관계자 민감도 증가 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주주, 종업원, 공급/경쟁회사, 고객/잠재고객, 기업이 속한 사회/국가 등 매우 광범위합니다. 이들이 SNS로 말하자면 새로운 정보수집과 전달 채널을 지니게 된 것입니다.

 

 

인터넷이나 SNS가 보편화 되기 전에는 정보채널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확산하는데는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이것을 잘 활용하는 쪽에서는 기회가 되며, 이 새로운 환경을 도외시 하는 쪽에서는 위협이 됩니다. 기업은 이해관계와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과 위기성을 인식해야 합니다. 위기란 무엇입니까? 위험과 기회의 축약된 단어입니다.

 

유한양행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아주 잘 하는 기업인 것을 그 회사의 지속가능 보고서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의 불만사항은 이메일, SNS, 전화, 대면활동 등을 통하여 적시에 등대할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새로운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내기도 합니다. 이 회사의 거버넌스는 진실을 알고 그 진실을 오히려 이용하려는 높은 수준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료사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피아니 해피아니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집단들도 있습니다. 거대한 공무원 조직이 존재합니다. 이들을 한 가지 목표로 정렬하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대통령의 엄포로도 잘 움직여 지지 않습니다. 각자 자신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로 당선된 정치권력의 성패는 이 관료조직을 어떻게 자신의 통치철학과 연결하여 한 방향으로 정렬하도록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어떤 방식이 가장 효율적일까요? 바로 위의 유한양행과 같은 '진실(fact)' 활용 거버넌스(gorvernance,상위 지배구조)가 작동되도로 하면 됩니다.

 

세상에는 단 한 가지 사실이 만이 존재합니다. 바로 '진실(fact)' 입니다. 그러나 때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조직은 자신의 이해에 따라 이 진실을 조작하고 싶어 합니다. 이 진실을 찾는 일은 아주 큰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아주 작은 비용으로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위의 유한양행처럼 진실을 아는 것이 최고위층인 나에게도 유익한 거버넌스로 작동하게 하면 아주 싼 비용으로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가운영에 이해관계자인 국민들이 5천만명인데, 이 중 스마트 폰 소유자가 4천만명이 넘습니다. 이들이 진실을 제공하는 거버넌스를 만들면 됩니다. 언론도 진실을 밝혀내는 중요한 도구이자 통제장치입니다. 그런데, 언론이 진실이 아닌 왜곡을 자행하면 어떻게 됩니까? 사회적 공기가 아니라 흉기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언론이 관료사회의 훌륭한 통제장치가 되도록 활용하는 진실 거버넌스가 중요합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이 사례는 아주 극명하게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가장 안타까워 하는 부분이 바로 언론의 초기 상황에 대한 오보입니다. 이 분들 입장에서 언론이 통제장치로서의 공기가 아니라 흉기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한 피해 학생의 학부모가 JTBC 인터뷰 동영상에서 억울하고 원통해 하던 내용이 그렇습니다. 반면, SNS가 fact를 전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소유했던 스마트 폰 동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일부 대안언론사에서 간단한 방송장비로 전달하는 소식이 주류 언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진실을 전달하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으면 대안언론이 주류언론을 대신하는 비중이 점차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주류 언론이 전달하는 것이 '진실(fact)'로 믿어졌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일부 그 경향은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SNS 매체나 팟빵과 인터넷 방송과 같은 새로운 채널이 발달하면서, 그런 시대는 더 빠른 속도로 저물어 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1/2도 안되는 짧은 시기에 고도의 산업화, 도시화가 이루어진 매우 위험한 '위험사회(Risiko Gesellschaft)'입니다. 이 위험사회를 극복할 만병통치 처방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중 효과적인 처방 하나를 들자면, 진실운영 사회체계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건 마음만 먹으면, 아주 싸고 쉬운 일입니다. 거버넌스를 그렇게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거버넌스는 지배구조입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리더들의 동의와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기업에서도 리스크관리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CEO의 동의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정리합니다. 피해 당사자와 유가족을 제외하면, 이번 세월호 참사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입니까? 물론 전 국민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해서는 학습을 할 수 없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의도 하지 않았지만, 사회의 리더 그룹입니다. 특히 집권 리더 그룹입니다. 만델라 대통령이 위대한 점은 진실위원회를 통해 진실을 찾고 용서를 통해 사회를 하나로 정렬하도록 한 것입니다. 세월호 사고는 적지 않은 희생입니다. 이 거대한 희생 앞에 우리가 사회 전체의 변곡점(turning point)을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집권 리더 그룹에게 이런 희망을 가져 봅니다. 이번 계기를 통해 '진실(fact)'가 항상 명백해 지는 지배구조를 만듭시다. 그리고 이 이전에 있었던 왜곡을 정리하고 넘어갑시다. 이 땅에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누가 해야 합니까?  집권 리더그룹이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집권 리더그룹은 진실운영 거버넌스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