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 올라 있는 3살 아이 아일란 쿠르디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습니다. 두 장의 사진 - 아일란 아기의 해맑게 웃는 모습과 터키 해안에 쓸려와 발견된 아이란의 시신 사진 - 을 보며, 우리가 문명세계에 살고 있는 것인지 질문을 던져 봅니다. 아일란 쿠르디 아기의 명복을 빕니다. 이 이야기와 관련되 많은 이슈는 다른 이들이 다루어 줄 것이고, 저는 국가리스크에 관하여 생각해 보겠습니다.
1981년 독일 뮌스터대학에 다닐 때, 허름한 기숙사에서 한 학기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한 달 방세가 130 독일 마르크 (당시 환율이 500원 정도)인 저렴한 기숙사라 돈없는 유학생들이 애용하던 곳입니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원복교수님도 이 기숙사에서 지냈습니다. 제 옆방에 쿠르드 출신 남학생이 살고 있어서 생전 처음으로 쿠르드 민족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쿠르드 민족은 현재 시리아, 이란, 이라크, 터키 국경지역에 천여년 전에 국가를 이루고 살았습니다. 700여년전 나라를 잃고도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지니고 살고 있습니다. 독립운동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아일란 쿠르디 아기도 바로 쿠르드 민족입니다.
쿠르드족은 옛 영토인 네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는데, 그 모든 곳에서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독립국가를 세우려는 무장투쟁을 하고 있으니 갈등이 생기는 것을 어쩔 수 없습니다. 나라는 없어지고 민족만 남았을 때, 수 백년이 지나도 그 민족에 속한 개인의 아픔은 계속됩니다.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말해주는 사례입니다.
40전 전에도 독일에서는 쿠르드족 난민을 많이 받아 주고 있었습니다. 터키인이라고 하는 사람 중에 쿠르드 출신들이 많이 있고, 이들의 박해를 인정해서 유럽 국가에서 난민지위를 허용한 것입니다. 쿠르드 민족의 이슈는 터키, 시리아, 이란, 이라크 등 이들 나라의 갈등요인이며, 쿠르드 민족들에게는 풀리지 않은 운명입니다. 유대인처럼 나라가 멸망하고 민족이 남았을 때, 2500년이 지나서 다시 국가를 만든 경우도 있습니다. 쿠르드 민족도 유대인가 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뮌스터에서 옆 방에서 살던 쿠르드 학생이나 아일린 아기에게 그런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한국인도 그런 민족 중에 하나입니다. 나라를 잃은 뼈아픈 경험이 있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우리나라도 외세의 침략으로 여러번 나라를 잃었습니다. '민족 = 나라' 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우리나라도 나라가 없어지면, 독립을 하기 위해 어떤 희생도 각오해야 하는 편에 속합니다. 쿠르드 민족의 불행이 남의 일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국가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뢰수준이 높고, 강한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갈길은 아직 아주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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