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전원생활

귀향과 지방 분권

리스크맨 2009. 9. 5. 12:45

세종시 건설안 조정으로 새로 총리로 지명된 경제학자가 곤혹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발언에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 지 불분명하지만, 학자로서 중앙집권의 폐해를 누구보다도 잘 알텐데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이해가 잘 안갑니다. 작은 땅덩어리에 갇혀 사는 우리나라가 그것도 모자라 지방 살이는 도외시 하고 중앙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다소 나마 교정해 보려는 지난 정권의 노력이 모두 바뀌는 모양입니다. 

 

과도한 중앙집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가 참 많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은 인구가 많아서 고통을 받습니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아 또 고통을 받습니다. 적당히 한다면 서로가 좋을 것을 말입니다.

 

독일은 지방분권이 역사적으로 아주 잘 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그 만큼 대도시로 인한 삶의 질이 낮아지는 일을 없습니다. 수도는 베를린이고 노동청을 뉘른베르크에 있는데, 베를린에서 부산 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금융 중심은 프랑크푸르트입니다. 연방은행도 그곳에 있고 모든 대은행의 본점도 프랑크푸르트에 있고, 심지어 야심차게 유치한 유럽중앙은행도 당연히 베를린이 아닌 프랑크푸르트에 있지요. 화장실과 처가집은 멀리 있을 수록 좋다고 했는데, 중앙정부와 중앙은행은 멀리 떨어져 있을 수록 좋습니다. 왜냐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 이슈가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정치권에서 제대로 지방분산을 하지 않으니 이제 사람들이 알아서 지방으로 내려가나 봅니다. 얼마 전 좉카 사위가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원주의 문막으로 내려가겠다고 해서 아주 잘 한 결정이라고 했습니다. 고향에 재산이 많이 있으니 그 것을 잘 지키는 것 만으로도 노후준비와 활동이 충분하니 그리 하라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고향의 부모님은 아들이 서울에서 살지 않고 낙향하는 데 그리 반기는 눈치가 아니라고 합니다. 잘못된 대도시 지향주의라고 할까요.

 

오늘 인터넷을 보니 지방출신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도시의 치열한 경쟁과 질 낮은 삶의 환경을 피해 귀향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돈 많이 벌고 출세하더라도 그 삶의 질이라는게 고통스럽습니다. 의사가 서울에서 개업하려면 엄청난 빚을 져야 하는데, 지방에 가면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다른 직종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도 경쟁사회의 부작용이 부각되자 경제적 보상보다 인간적 대우를 받는 삶이 중요해지면서 이 같은 문화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한 교수는 "이런 변화는 보통 전문직 종사자들로부터 시작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민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정부가 획기적 감세나 인프라 구축·제공 등을 통해 젊은층의 지방도시 유입을 촉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언제 그것을 기다리고 있겠습니까. 현명한 사람은 스스로 알아서 합니다.

 

저도 11월에는 서울 생활을 접고 문호리로 아주 이사를 가려고 합니다. 서울에서의 활동을 좀 줄이는 대신 전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늘려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