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전원생활

동궁

리스크맨 2009. 9. 17. 07:30

제가 요즘 지내는 집의 서재가 동쪽으로 창이 나 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거나 강의 준비를 할 때 찬란한 햇볕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주 상쾌한 일입니다.

 

도시에서야 자신이 집을 설계할 일이 별로 없으니 향의 선택은 우연에 맡기게 됩니다. 전원주택은 다릅니다. 스스로 땅을 선정하고 적당한 높이로 복토를 합니다. 그리고 집을 앉힐 때 최소한 집 전체와 방 마다 향을 정하는 궁리를 하게 됩니다.

 

제가 전원주택을 지을 때 가장 신경을 쓴 방이 바로 아들 방이였습니다. 아들 방이 동향으로 창을 나도록 했습니다. 궁전에서 차기 왕으로 선정된 세자가 거처하는 곳을 동궁이라고 합니다. 세자가 거주하는 집의 향이 동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향은 아침의 정기를 받아 건강하고 부지런한 성질을 어린이에게 가져다 준다고 풍수지리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즘 청소년들은 모두 밤 늦게까지 공부하거나 인터넷을 뒤지거나 하다가 밤늦게 잠이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합니다. 방학 중에 특히 그래서 부모와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합니다. 우리 집 아들들도 예외가 아니여서 인턴을 하지 않는 방학이면 늘 소동이 벌어집니다. 동궁의 깊은 뜻을 알면 아침형 인간이 되는 것이 좋은 데, 억지로는 안되는 일입니다.

 

제가 북한강과 산 사이에 전원터를 잡아 집을 지으면서 배산임수를 고집하다가 집 전체의 향을 서향으로 하고 말았습니다. 당시에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요즘은 건축자재가 좋고 또 난방설비도 우수하니 반드시 남향이 아니더라도 괜찮지 않겠는가. 그런데 햇빛이라는 게, 꼭 열 만이 아니고 빛이 중요하므로 향을 반드시 남향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살면서 두고 두고 하게 됩니다.

 

전원주택 짓거나 고를 때 집이 앉는 향을 중시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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