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 주주총회 이후에나 있는 은행 CEO교체가 요즘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네요. 우리나라 은행들은 산업자본의 지배를 막기위한 방편으로 대주주 지분제한이 있습니다. 시중은행은 4% 이하, 지방은행은 15% 이하입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의 구조조정 가운데 우리은행 그룹이 탄생했고 이 은행은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66%)로서 정부가 대주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주주구성의 특성 상 은행 Top Management의 인사에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한 논란은 하지 않겠습니다.
CEO의 가장 큰 리스크는 영업리스크관리(목표수익을 달성하지 못할 리스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 발전과 관련해 수익이 나빠지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것이 CEO의 가장 큰 직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업리스크가 발생하는 이유는 두 가지 중에 하나입니다. 비용이 예산을 초과하거나 수익이 예상에 미달하는 것입니다.
선진 모범규준에서는 연중이라고 하더라도 목표 대비 15% 이상의 격차가 발생하면 즉시 그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도록 정교한 수익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즉, 조직별, 고객별, 상품별 break down이 가능하도록 관리회계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정보계(MIS)보다는 계정계(온라인 뱅킹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계정계가 매우 안정적이여야 함)가 발달한 우리나라 은행IT는 이러한 수익관리체계가 매우 미흡합니다. 그 결과는 management가 잘 안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뭐가 잘못되었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의 다른 글 http://blog.daum.net/jgkim21/15709063에서 적었듯이 모범규준의 기업은 영업리스크관리 체계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영업리스크관리의 핵심은 정확한 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예산계획과 수익계획이 잘 맞도록 세우는 능력인데, 이는 조직의 안정성이 전제되어야 가능합니다. 조직은 우선 자주 바꾸지 말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조직을 바꾼다면 반드시 전 조직의 관리회계 데이터를 새로 바뀐 조직으로 최소한 과거 5년 치는 옮겨야 합니다. 다음 계획을 세울 때 최소한 5년치의 과거 데이터가 근거가 됩니다.
오늘 아침 인터넷 기사를 보니 한 은행의 CEO가 취임하면서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단행했습니다. 그야말로 '단행'이라고 할 만한 급하고 큰 폭입니다. 이렇게 조직을 바꿀 수 밖에 없었다면, 반드시 과거 5년치의 관리회계 데이터를 함께 옮기는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작업이고, 또 대강하면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일반기업은 이제 세계적으로 선진수준의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저의 기준으로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객관적 기업가치가 그런 곳이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은 수치에서 드러나듯이 아주 미흡합니다. 그 가장 큰 이유가 저는 비 지속적인 top management라고 봅니다. Top이 자주 바뀌고 Top이 바뀔 때 마다 애꿋은 조직과 인사에 변동을 줍니다.
제가 외국계 대주주의 파견명령을 받아 한 시중은행의 리스크관리 담당부서장으로 5년 3개월을 근무했습니다. 제가 이 직무를 수행하는 동안 은행장이 3번 바뀌었고, 전략담당부서장이 5명이 바뀌었습니다. 물론 다른 부서장과 임원들도 그리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직도 여러 번 바뀌었습니다. 벌써 10년 전 일인데 지금도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은행의 글로벌 경쟁력에 대해 고민을 해보게 됩니다.
이번에 Top Management가 교체되는 은행들은 가능하면 조직을 변경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어 조직을 바꾸었다면, 관리회계 데이터를 함께 옮기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기사를 쓰면서 그저 사실만 전달하시는 기자님들도 이런 점을 참고하여 조직을 함부로 바꾸지 않아야 한다는 코멘트도 함께 달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은행의 수익에 책임은 져야 하는 CEO가 조직을 바꾸어서 영업리스크관리 체계를 바꾸는 것은 자기 발등을 스스로 찍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금융 특히 은행이 어려움을 당하면 실물이 나쁜 영향을 받습니다.
제가 2008년 '위험관리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책을 쓸 때 이런 점을 길게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체계의 수준 (조직, 전문인력, 규정, 프로세스, 시스템)은 이미 선진단계이 4~5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러나 Risk Management Leadership 만은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사회의 리더급 인사들이 리스크관리 컨셉을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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