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사업을 하려면 기초자본이 많이 듭니다. 그래서 섣불리 자영업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원에서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자신에게 적당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제가 유럽을 여행하며 느꼈던 펜션사업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펜션이 샛길로 빠져서 원래의 의미가 상실되었습니다. 그러나 펜션은 원래 그런 의미가 아니였습니다. Risk가 상당히 적은 비즈니스인 민박 사업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민박이라고 하면 개념이 좀 희석되는 것 같아 그 냥 B&B라는 원문을 사용하겠습니다.
1. B & B의 개념
이는 Bed and Breakfast (침대와 아침식사)라는 말로서, 유럽 등 선진국에 널리 보편화 되어 있는 여행지의 민박 시설을 말합니다. 이 곳에서 1인, 2인, 가족단위로 하루 또는 여러 날 숙박하며 아침식사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가족단위에서 운영하는 시설입니다. 호텔 (Hotel), 여인숙 (Guest House, Hof, Pension등으로 불림), 농가주택 (Farm House) 등과 같이 좀 더 전문화된 숙박시설과는 약간 차별이 있는, 순수하게 가족단위에서 유휴 Bed을 이용하여 운영하는 시설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개념의 숙박형태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해수욕장이나 관광지에 민박시설이 있지만 그것이 유럽의 B&B와 다른 점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B&B는 청결도와 아침식사 수준 면에서 일류 호텔과 전혀 다른 바 없습니다. 침대 카버는 매일 새 것으로 갈아집니다. 그리고 아침은 대륙식이나 영국식으로 호텔 못지 않은 수준으로 제공됩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B&B협회가 있어서 이 협회에서 해당 B&B의 수준을 구분하여 엄격한 등급을 메겨 해당 등급에 걸맞는 가격을 받도록 되어 있고 지속적인 양질의 써비스를 제공하는 지의 여부에 대해 체크됩니다. 그래서 숙박요금은 시즌과 비시즌 두 종류로 구분되어 있어, 우리나라 민박에서와 같은 터무니 없는 바가지 요금은 없습니다.
2. B&B의 운영방법
저희 가족이 독일에 살면서 인근 휴양지역을 여행하거나 유럽을 장기간 여행하면서 주로 묵었던 숙박시설은 가격이 저렴한 B&B였습니다. 제가 살펴본 바로는 B&B가 표준화된 양질의 써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국내외 여행객으로부터 호평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B&B는 관광지에 보편화된 수준 높은 숙박시설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으며 선진국 은퇴자 가정이나 전원가정의 주수입원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주5일제, 장기휴가제가 보편화된 선진국에서는 광범위한 여행수요가 존재하고 이 여행수요의 많은 부분을 B&B가 감당하고 있습니다.
둘째, B&B협회와 같은 이익단체를 중심으로 공동의 관심과 이익을 대변하고 홍보하는 제도가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이들 단체에서는 공신력있는 등급제도와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소속 B&B의 품질에 관한 평판 (Reputation)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정부기관과도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셋째, 모든 B&B의 고급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들에게 필요한 표준화된 서비스와 필요 재료를 제공하는 회사의 존재입니다. 이들 회사를 통해 세탁, 물품공급, 교육, 정보제공 등을 통하여 은퇴자, 가정주부 등이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더라도 표준화된 양질의 B&B 서비스를 여행객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침대 카바만 해도 매일 갈아 줄 수 있도록 세탁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습니다.
3. 국가경제와 B&B
오늘날 선진국의 개념은 더 이상 국민소득 수준이 아니고 자연환경 보존지수입니다. 자연환경을 인간친화적으로 잘 보존한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며 그렇치 못한 나라는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고 치안이 불안하지 않은 유서 깊은 나라에는 수 많은 여행객이 매년 방문합니다. 이들 관광객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인 부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인구 380만 정도인 아일랜드에는 매년 6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 온다고 합니다. 인구 350만의 노르웨이에는 그 수가 년간 390만명에 달하며 이들의 평균체류일은 19일이나 된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이유는 안전한 치안과 아름답게 보존된 자연경관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이 나라를 방문하여 저렴하고 수준 높은 B&B와 같은 숙박시설에서 불편없이 지낼 수 있는 인프라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웃한 일본과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많은 관광 수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유럽의 B&B와 같은 시설이 충분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국내 여행수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규모 콘도나 팬션은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지만 B&B 시설 제공자는 흔치 않습니다.
4. Risk Free 은퇴자 수입원과 한국형 B&B 사업
제가 늘 강조하는 점이 자신이 중년의 나이에 확보하고 있는 순자산 규모는 대부분 우리나라 중년들이 넉넉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과 또 이 순자산을 투기형 투자를 통해 늘릴 수 있는 방법도 여의치 않다는 것입니다.
한국형 B&B가 전원문화생활과 은퇴 후, 또는 직장에만 종속된 수입원을 다양화 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입니다. 팬션 전문가들의 말에 의하면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팬션사업은 이미 꼭지점을 통과했다고 합니다. 퇴직금이나 자신의 순자산을 전부 바쳐서 팬션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시는 분들에게 심사숙고하실 것을 권합니다. 이들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도 B&B형으로 수요와 공급이 전환되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우선, 팬션은 가격이 너무 비싸고 또 가족 형태가 아닌 그룹수요자를 겨냥하고 있습니다. 팬션수요가 어느 정도 패션형태를 띄었고 이제 그 수요와 공급이 공급우위로 인한 Buyer's Market화 되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주 5일 근무제가 이제 금융권을 넘어 전직종으로 확산되면 가족단위의 국내 여행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퇴자나 정년을 앞 둔 중년층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업형태의 B&B가 별 리스크도 없이 약간의 수입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순자산이 부부가 80세까지 살아가기가 넉넉치 못하다면 전원생활과 B&B를 통해서 약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업을 통해 자신의 소일거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 도심의 거주형태를 청산하면서 - 또는 유지하면서 향후 이동을 전제로 투자를 하는 형태로 - 전원으로 옮기되 자신의 거주시설 뿐만 아니라 현재 경제사정이 허락하는 수준 내에서 2인 또는 그 이상의 B&B시설을 갖추는 것입니다.
5. B&B와 콘텐츠
제 경험에 의하면 무엇보다도 콘텐츠를 갖춘 B&B나 팬션이 생명력이 있고 또 단순 수입원은 물론 자신의 유익한 소일거리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누누히 강조한 바와 같이 자신의 콘텐츠를 꾸준히 개발하고 이 콘텐츠 형태에 맞추어 테마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독일문화, 무너미 문화싸롱과 같은 내용을 콘텐츠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의 자연경관과 향토 문화 등은 어느 곳이나 가능한 콘텐츠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인간이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예술, 종교, 여행, 취미활동 등 많은 콘텐츠 대상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소재를 가족, 년령대별, 그룹별 등으로 재구성한다면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 시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6. B&B에 서비스와 재화를 공급하는 회사 및 협회
위의 유럽형 B&B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양질의 B&B 시설을 손쉽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서비스와 재화를 저렴하고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벼락 부자가 될 욕심이 아니라 B&B 운영자, B&B 이용자와 함께 윈-윈하는 건전한 사업전략과 신뢰를 가진 B&B전문관리회사가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B&B의 표준화와 이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 일정한 평판을 유지할 수 있는 협회가 필요합니다. 이런 류의 회사와 조직은 지역적으로 특화하여 형성되고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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