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에 대해 최근에 여러 가지 경험을 했습니다. 리스크관리에 대한 연구가 가장 먼저 시작된 분야가 바로 보험입니다. 보험이 리스크관리 컨셉 중 제일 중요한 '리스크 대응' 방안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이 상호부조의 성격에서 리스크 헷지의 특징으로 바뀐 것이 본격적으로 보험산업이 성장하고부터 하고 볼 수 있습니다.
몇 년전에 친척 중에 한 사람이 보험세일즈를 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보험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곤 있었지만, 막상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고, 보험에 대한 별로 좋지 않은 선입관 (결국 보험회사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는 오해) 때문에 최소한 커버만 하고 있었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그 참에 아이들 종신보험, 아내의 병보험 등을 들었습니다. 보험료 부담이 사실 적지는 않습니다. 매달 구좌에서 떨어져 나가는 돈을 보면 이게 과연 언제 효익 (benefit)이 되어 돌아 올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이제 아내나 저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기 저기 고장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아내가 작년에 큰 수술을 한번 하면서 아내의 보험에서 보상이 많이 나왔습니다. 제가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직장에서 치료비를 부담해 주었지만, 생보사에서 또 보상이 이루어 졌습니다. 말하자면, over insurance가 발생한 것입니다. 즉, 막상 치료비 보다 더 많은 보상이 보험을 통해서 이루어 졌으니, 병을 앓고 돈을 번 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전국민이 over insurance가 된 금액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이 짐작이 갑니다.
금융에서는 리스크를 헷지 할 때, 필요 이상의 비용를 들여서 하는 경우를 over hedge라고 합니다. 바보 같은 짓의 일종입니다. under hedge도 문제지만, over hedge도 문제입니다. 왜냐햐면, 헷지의 본재 목적을 벗어 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 체계는 저부담 저수혜 체계 입니다. 건강의료보험에서 의료비의 전부를 부담해 주지 않으니 사보험에 의지해야 하고, 사보험은 또 이런 오버 헷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선진사회 처럼 의료보험이 적정부담-적정수혜로 간다면, 이런 오버 인슈런스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엄청난 비효율인 셈입니다. 이러다 보니 정작 필요한 곳에 필요한 재원이 돌아가지 않는 불균형이 발생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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